중국의 선
중국에 선정이 전해진 것은 후한(後漢) 시대에 안세고(安世高)가 여러 종류의 선 관계 전적을 가져온 것이 최초입니다.
그 뒤 다수의 전적들이 전래되고 이를 기반으로 선정을 수행하는 승려가 늘어났는데, 구마라집(鳩摩羅什)스님은 자신이 가져온 대승불전 중에 기술된 선정이야말로 정통으로 전수된 불법(佛法)이라 하며 소승선을 초월한 대승선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후대의 선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달마(達磨)대사가 중국에 온 뒤부터 선정의 관념과 수행은 변화했습니다.
그는 반야공(般若空)을 근간으로 하는 대승선을 오로지 좌선이라는 방법으로만 전했으리라고 추정됩니다.
달마선은 제5조 홍인(弘忍)스님의 문하에서 신수(神秀)스님과 혜능(慧能)스님에 의해 각각 북종선과 남종선으로 양분되었습니다.
이중 북종선은 8세기 말엽에 쇠퇴했으나, 남종선은 갈수록 번창하여 이로부터 다시 5가7종(五家七宗)으로 총칭되는 여러 종파가 형성되었습니다.
중국 선종의 전개과정을 보면, 애초엔 논리적 경향이 강했던 선이 제4조 도신(道信)스님과 제5조 홍인스님 무렵에는 비논리적 경향을 드러내고, 제6조 혜능스님에 이르러 그런 경향을 보다 현저하게 드러내게 됩니다.
선종의 유명한 문구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은 그러한 비논리성의 선을 표방하는 명제입니다.
불립문자란 문자에 집착하지 않고 보편적 명제의 형태로 정언(定言)을 세우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경전 문구에 대해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를 취합니다.
교외별전이란 경전에 절대적 가치나 의의를 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선 체험의 깊이를 직관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으로 간주됩니다.
직지인심이란 자기의 본래적 성품이 불성(佛性)임을 깨우쳐 아는 것이며, 이렇게 알 때 부처가 된다는 것이 견성성불입니다.
깨달음의 세계를 여는 2가지 방식으로 돈오(頓悟)와 점오(漸悟)를 주장했는데, 선종에서는 혜능스님의 선을 돈오라 하고 신수스님의 선을 점오라 합니다.
특히 혜능스님이 내세운 돈오선에 의하면 장기간의 수행 단계를 세울 필요도 없고 경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본래 있던 불성을 열어 드러내는 데에는 오직 좌선만으로 충분하며, 혹은 좌선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의 생활이 그대로 부처의 행동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것이 여래선입니다.
돈오의 입장에서는 조사의 언행을 지침으로 삼아 선을 수행하는데, 인도에서 전래된 경전보다도 가까운 조사들의 언행이 중시되고, 그것이 정형화하여 공안(公案)이 생겼습니다.
공안에는 의미상 과거 조사들의 언행을 내용으로 한 고칙(古則) 공안과 현재 생성되어 있는 것은 모두 부동의 진리라고 보는 입장의 현성(現成) 공안이 있습니다.
송대에는 `5가7종` 중 임제종과 운문종(雲門宗)이 융성했으며,
이로부터 각각 양기파(楊岐派)와 조동종(曹洞宗)이 나와 융성 , 대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간화선(看話禪：또는 공안선)이라 부르고,
후자를 묵조선(默照禪)이라 부릅니다.
묵조선은 일상의 행주좌와(行住坐臥)를 선의 체현이라고 보는 좌선을 주장했으나, 논리성과 지성을 결여하고 오직 앉아 있을 뿐인 좌선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간화선은 고칙 공안을 중심으로 하여 본래 있는 불성을 깨닫게 하려는 선이었지만, 좌선을 경시함으로써 선의 본래적 방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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