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식/여주교도소 교무과 불교.정보화 담당
교육받고 참회하는 수감자 늘어 보람
흔히 말하는 ‘초코파이 포교’가 나에게도 해당된다. 군대에 있을 때 불교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제대한 뒤에는 경기도 화성 신흥사에서 성일스님과 김원중 법사로부터 기초교리를 공부하고, 용주사 수원포교당에서 마련한 경기불교대학 1기생으로 입학해 불교가 무엇인지 차츰 배워나갔다.
1995년 10월 즈음 강화도 보문사로 성지순례를 갔던 때로 기억한다. 법우들과 함께 해수관음보살을 참배했는데, 그 때 앞으로 평생 부처님 일을 하겠다고 서원했다. 더불어 관세음보살 염불기도는 이 한목숨 다할 때 할 것을 다짐했었다. 그리고 1998년 포교사 시험에 합격해 전법의 길에 들어섰고, 직장에서는 직원불심회 총무소임을, 경기불교대학 총동문회에서는 회계소임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불자로서 부처님 법을 알리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서원을 지켜온 셈이다.
어떤 직업이나 나름의 특성이 있지만, 수용자들을 상대로 하는 교도소 업무는 조금 특별하다. 사회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재범방지’와 ‘교화’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른 것. 부처님 법을 공부한 불자로서, 그들을 볼 때마다 부처님 은혜를 조금이나마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 원력 때문인지, 2000년부터 교도소에서도 불교소임을 맡게 됐다. 수용자들에게 불법을 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법우들과 교정위원 스님들과 함께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우선 교도소 내 관세음보살, 석가모니불, 지장보살 등을 모셨다. 불자들이 찾아와 108배를 올리는 이곳은 참회기도도량이 됐다. 불자수용자들에게 수계식도 해주었다. 지난해에는 2주간 60명 대상으로 붓다 아카데미(buddha academy) 교육프로그램(발우공양ㆍ 참선ㆍ임사체험ㆍ연등만들기ㆍ부모은중경 사경ㆍ108참회 등)을 개최했다. 2주간 교육받은 수용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서를 쓰며 참회하는 수용자들이 많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불교담당을 맡은 지 올해로 5년째. 더 좋은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은 생활이 됐다.
요즘에는 수용자를 대상으로 기도상담, 부모님영가기도를 해 주고 있다. 이곳 수용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교도소에 수감될 때 동반한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가 되는 경우도 있고, 수용자 가족들이 애.경사를 겪는 것을 자주 본다. 특히 부모님ㆍ자녀 등이 사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상담할 때 일타스님이 쓴 〈영가기도〉를 많이 참고해, 수용자 본인들이 교도소 자신의 수용거실 안에서 부모님 사진을 놓고 기도하는 법을 알려준다. 주로 〈지장경〉, 〈금강경〉 등 경전을 읽으며 기도하는데, 경전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지나온 잘못을 참회해 새로운 삶을 찾아가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수용자들에게 천수다라니를 욀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서울 구로관음포교원 일명스님으로부터 천수다라니 기도에 대하여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혼자서 천수다라니 1만독 발원을 세워 2번 정도 관음포교원 법당에서 10시간 동안 1000독을 했다. 그때 기도의 힘을 체험하고 항상 천수다라니 기도를 하고 있는데, 수용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가끔 “나도 부족한데 누구를 구제하겠다는 건가”라는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깨닫지 못한 내 자신이 누군가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 모순처럼 다가오는 순간, 그 때마다 성철스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린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는 말처럼 나 또한 무명에서 헤매고 있는 불자수용자들에게 부처님 크신 법을 조금이나마 알리는 여래가 될 것을 서원한다.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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