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기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번호 : 31227     조회수 : 24437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05-03-12 오전 9:57:31    
“청정한 불자돼야 사회를 맑게 하죠”

우수가 지났는데도 한데 바람이 차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백창기회장(75)을 만난 지난 21일은 조계사 앞 우정총국에도 찬 바람이 몰아쳤다. 그렇지만 간간이 봄 향기를 담은 바람이 섞여 있다. 봄이 오는 엄연한 사실을 숨기기 못하나 보다. 80을 바라보는 성성(星星)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 같은 기백을 지닌 백 회장은 오는 봄과 함께 중앙신도회의 희망을 싹틔우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해 통합신도회 출범 후 곧바로 신도운동 50년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신도회의 역사와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하기에 신도회 구성원 모두가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또 중앙신도회 회장으로 종단을 외호하고 신도들을 이끄는 소임을 맡다보니 이런 일 저런 일이 많아 언제나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불교종단 조계종의 최대 재가불자 신도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이니 그럴만하다. 1999년 중앙신도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7년째 활동하고 있는 백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 백 회장이 재가불교운동에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불자라면 자신을 청정하게 닦는 수행을 해야 하기에 그런 조직을 이끄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습니다. 부처님과 부처님가르침, 그리고 수행공동체인 승단을 외호하는 중앙신도회는 조계종 불자라면 누구나 가입하기에 이 조직이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백 회장이 재가불자운동에 몸담게 된 계기는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과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산스님은 백 회장에게 불교를 알게 해 준 은인이자 스승이었다. 1999년 중앙신도회장을 맡을 당시도 고산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있을 때였다.

“1970년대 초 쌍계사에서 고산 큰스님을 뵈었는데 그냥 머리가 숙여졌어요. 큰스님은 공양도 아주 단조롭게 하셨고, 언제나 쉬는 일이 없었지요. 수행하시다가 짬이 나면 글을 쓰시고 그 사이에 시간이 나면 사찰에 나와 풀 한포기라도 뽑으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수행자의 표상’이 느껴져 나도 저런 스님의 모습을 닮아보겠다고 쌍계사를 수시로 찾았어요.”

이제 서울에 있으니 수시로 찾아뵐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 재가불자 운동을 이끄는 중앙신도회 회장소임을 맡고 있으니 전국 사찰이 모두 백 회장의 신행공간이다. 며칠 전에는 폭설이 쏟아진 월정사로 사찰문화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불자의 길 걷게 해준 고산스님…크나큰 불은

“알음알이를 갖지말라…” 언제나 가슴에 새겨


백 회장은 바람직한 재가불자상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과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민족의 큰 스승이셨던 원효스님이나 사명스님, 만해스님 등과 같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보여주었던 삶이 수행과 포교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러한 현자(賢者)가 되는 신도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국불교 신행의 문제점도 많이 지적할 것 같아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항상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면, 이 세상 자체가 문제이겠지요. 그러나 문제라는 생각보다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관건이겠지요. 한국불교 신행의 문제점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신행의 주체인 그 조직 내의 사람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국불교의 모습보다 우리 불자, 그리고 불교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문제점을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사람 자체에 있지 신행방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 이 세상에 진리는 사람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지만, 이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곡해되는 이치와 같았다.

백 회장은 한국불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한국불교의 전통은 오롯이 살아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오면서 만들어진 간화선 수행체계는 한국불교가 세계로 향하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래서 한국불교를 널리 홍포할 출가수행자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75세의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비법을 물었다. “매사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질병이 되니까요. 그리고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갈등하고 다투지 말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뒷받침 된다면 산사나 좋은 환경을 찾아 수행을 하십시요. 이보다 더 좋은 건강관리법은 없습니다.”

항상 공양할 때 음식에 깃든 모든 이들의 공덕을 생각한다는 백창기 회장. 그래서 그의 얼굴에는 모든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묻어나는 웃음을 볼 수 있다. 세상이치에 대해 알음알이 보다는 지혜를 중시하기에 “불문(佛門)에 들어온 자 알음알이를 갖지 말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예로부터 선문(禪門)에 내걸리는 가장 대표적인 문구인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해(莫存知解)’를 일컫는 말이다. 바로 선(禪)의 핵심을 이루는 말로 불교의 실천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바람이 맵지만 곧 봄은 온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다. 백 회장의 굳은 원력은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고, 중앙신도회의 발전된 모습은 머지 않아 대중앞에 드러나 보일 날도 얼마남지 않은 듯하다.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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