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희 균(안양 대안사 지도위원)
귀의삼보하옵고, 제가 천태종 구인사를 찾아 불자로서 입문하게 된 인연을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1955년 육군장교로서의 복무를 마치고 곧 취직하여 강원도 춘천시와 인제군청에서 1970년까지 15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교통사고로 복부대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입원생활을 하다 퇴원해 바로 공무원을 퇴직했습니다.
그리고 안양으로 이사와 건설사업을 하던 차 그때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관절염이 생겼습니다. 관절염으로 손발이 붓고, 잘 걸어다니지도 못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약 1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다시 유성온천에 가서 1개월 정도 온천욕을 하며 약을 복용해보았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후 관절염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고 가리지 않고 복용하며 노력했으나 차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근심, 걱정의 괴로운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구로동으로 이사하여 이웃에 사시는 할아버지를 통해 구인사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절염으로 잘 걷지도 못하며 고생하는 것을 보신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찾아가 대조사님을 친견하고 한 가지 소원을 이야기하면 대명이 있을 것이니 그대로 실천하면 소원을 이룰 것입니다.”
그때가 1974년 3월 초순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설마 하고 망설이며 의심도 해보았으나 용기를 내어 구인사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음날 청량리역으로 나가 제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다시 제천에서 구인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혼자서 힘겹게 찾아갔습니다. 구인사에 도착해서 접수를 마치고 안내에 따라 기도실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 저에게는 ‘부처님을 믿고 열심히 기도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은연중 일어났습니다.
저녁공양을 마친 후 밤이 되어 상월원각 대조사님을 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절염으로 고생한다고 말씀드리자 대조사님은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3일기도(4박 5일)를 하고 집에 가서는 생강을 다려 3개월간 복용하면서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며 열심히 기도하라.”
저는 대조사님의 대명을 충실히 실천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안내를 맡아 인도해주시던 스님께서는 3일기도를 하는 동안에는 소지하고 있는 약을 복용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믿음 하나로 제가 가지고 있던 약을 모두 버리고 그날 밤부터 다른 신도들을 따라 열심히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자정쯤 되어서부터 손발에 심한 통증이 일기 시작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화장실 출입도 심한 고통 때문에 간신히 기어서 다녀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대조사님으로부터 3일간 열심히 기도하라는 대명을 받았던 터라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열심히 부처님에게만 믿고 매달렸습니다. 그리고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참된 불제자가 되겠다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중에 웬일인지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생각이 되살아나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기도 둘째날에는 첫날 밤보다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상쾌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셋째날 밤에는 아프던 저의 몸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손발의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마치 하늘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끝없이 되뇌었습니다. 또한 구인사 기도도량의 영험으로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저는 구인사와의 큰 인연을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닷새만에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은 나의 안색을 보고 많이 좋아졌다며 기쁘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은 대조사님의 대명에 따라 생강을 구입해 정성스럽게 다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생강물을 생명수로 여기고 꾸준히 복용하면서 낮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를 했고 밤이면 자지 않고 몇시간씩 기도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과 대조사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러한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사이 저의 관절염은 어느덧 완전히 치유되어 사회생활도 다시 시작하고 삶의 보람도 다시금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후 저는 1980년 서울에서 안양으로 이사하여 구인사 안양지회를 다니며 간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태종도로서 포교에 힘씀은 물론 총본산 구인사의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간부교육도 여러 차례 이수했습니다. 또 금강불교대학 제2기 학생회 부회장을 거쳐 제2대 동창회장으로 있으면서 모교 발전과 종단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있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곁들여 말씀드릴 것은 저는 이와 같은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인과응보의 진리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선인(善因)은 반드시 선과(善果)를 낳고 악인(惡因)은 반드시 악과(惡果)를 낳으며 한번 행한 행동에는 그에 합당한 과보(果報)가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저는 돈독한 불심을 바탕으로 주위 모든 이들에게 늘 선행과 자비심을 베푸는 참된 불제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두서 없는 글이 여러 신도님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천태종 불자 여러분들의 하시는 일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