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찬 재(서울 삼룡사 신도)
1971년 봄 그러니까 회사에 입사한지도 어언 10년째 되던 무렵이었습니다.
전에는 단칸 셋방에 살면서 여러 식구가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입사 후 부지런히 저축하며 생활한 끝에 내 집에서 다섯 식구가 아주 단란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그때 해마다 해오던 것과 마찬가지로 금년도 전사원 신체검사일이 되어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각자 차례에 따라 한 가지 한 가지씩 검진을 받았으나 별 다른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변검사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약 테이프를 소변에 담그니 당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의사선생님 이야기로는 종합병원에 가서 혈당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한일병원에서, 또 그 다음에는 적십자병원에서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았는데, 모두 당뇨병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회사 보건관리실장으로 계시는 김박사에게 의논을 하니 서울대병원에 계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유명하다는 분에게 안내장을 써주며 가서 검진을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검사를 하러 갔는데, 마찬가지로 당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앞이 캄캄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당뇨병에 걸리면 다 죽는 줄 알 때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하니 자기가 발행한 책자를 두 권 주며 약을 열심히 복용하고 책에 나오는 대로 식이요법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매 끼니를 꽁보리밥에 반찬은 짜지도 맵지도 않은 채식으로 식사를 했는데, 몸은 자꾸만 쇠약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월남에 가 있는 친척으로부터 보내오는 미제 알약과 한약을 계속해서 먹고 그 외에 당뇨에 좋다는 약은 무슨 약이나 먹었으나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먹기 어려운 것은 지렁이였습니다. 지렁이를 사다가 물에 깨끗이 씻어 대접에 담아놓고 한참 동안 돌리다가 마시기를 몇번 하였으니 무슨 약인들 안먹었겠습니까.
발병 전에 몸무게가 72㎏이었는데, 63㎏이 되니 얼굴은 완전히 병색이 되고 기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마음마저 약해졌습니다. 저녁에 회사에서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텔레비젼을 보며 아이들의 재롱을 보다보면 울음이 복받쳐 3형제를 모두 자기 방으로 보내고 엉엉 울었습니다.
‘안식구 나이 40세도 안되니 내가 죽으면 저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는 사이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한약을 열한 달 먹고 양약도 사다 먹어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답십리 우리 동네에서 구인사를 다녀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길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구인사에 가면 살아 있는 부처님이 계시는데, 그분에게 가서 소원을 말씀드리고 삼일기도를 열심히 드리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집사람이 듣고와서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의 성미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러하지 않고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집사람을 구인사에 다녀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가 1972년 음력 7월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천에서 별방을 거쳐 구인사를 가려면 길도 좁고 비포장으로 길이 아주 험해서 가다가 차를 만나면 어느쪽 차건 뒤로 심지어는 몇백m씩 뒤로 가야지만 다른 차가 빠져나가는 아주 교통이 불편할 때였습니다.
집사람이 대조사님을 뵙고 ‘남편이 당뇨병에 걸려서 다 죽어갑니다’ 하고 말씀을 드리니 ‘피마자 기름을 3개월 먹여라’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집사람이 하라는 대로 기름을 앞에 놓고 합장한 다음 부처님을 부르고 ‘저의 병이 속히 낫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를 드리고 복용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서부터는 소변검사를 하루에도 몇번씩 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식사도 잘 하게 되었습니다. 또 그렇게 병도 잊어버리고 명랑한 생활을 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원기도 회복하여 피마자 기름을 3개월을 다 먹은 뒤에는 병이 다 나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상월원각대조사님의 크나큰 은덕을 입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영원히 구인사를 잊지 못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 삼룡사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간에 금강불교대학을 제5기로 나왔고 여름과 겨울 안거에도 빠지지 않고 동참하는 등 천태종의 열렬한 종도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대조사님의 은덕에 감사드리며, 저와 같은 처지에 계신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드립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였습니다. 부디 절망하지 마시고 불보살님의 가피에 매달려보십시오.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님께서는 반드시 여러분을 행복하고 안락한 길로 인도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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