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브로콜리 모양의 티벳 버섯을 재배하는 요령이 꽤 생겼다.
가축위생연구소에서 평생을 일하다 정년퇴직한, 생물학을 전공한 H박사와 친분이 있는지 여러 해다.
건강식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분 덕에, 티벳 버섯 종균 일부분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크기가 콩알만큼 작은 것이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떠어떠한 질환에 좋으니 잘 키우라며 손에 쥐어준 메모에는 효능과 기르는 법, 주의사항들이 빼곡했다.
200mg의 우유곽에 우유와 버섯이 찰방할 정도로 담겨 있다. 위염에 좋으며, 몸에 나쁜 종양이 생기는 걸 막아준다기에 가느다란 호기심이 생겼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손에 든 비닐봉투 안을 여러번 들여다 보았다. 우유가 엎어지면서 버섯 씨앗이 허투로 굴러다니지는 않나 해서. 잘 키우라는 말에 대한 예우를 위해서였다.
이 버섯의 유래는 폴란드 대학병원 교수가 인도에서 5년간 근무하던 중 과로로 간암에 걸려 고생할 때, 티벳 스님으로부터 버섯 치유를 권고 받았다고 한다. 신통하게도 병을 완치할 수 있었고, 약간의 버섯을 얻어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부터 우리 나라에 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티벳`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 라마이시다.
`달라이`는 몽골어로 큰 바다라는 뜻이고, `라마`는 스승이라는 의미다. -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의 소유자인 스승이다.
티벳 사람들은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다시 환생한다고 믿는다. 전대 달라이 라마가 입적 후 다음 달라이 라마가 즉위하기까지의 기간에, 티벳 승려 중에서 가장 덕이 높은 사람이 섭정이 되어 달라이 라마의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새로 나오기를 거듭해 가고 있다.
티벳인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업, 수공업, 서비스 분야의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것 같다.
종균버섯은 우유를 먹고 자란다.
나는 우유와 별로 친해질 수 없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지만, 버섯을 위해 줄기차게 사들였다. 골다공증을 염려해 조석으로 칼슘을 보충하려 해도, 뱃속이 애저녁에 촌스러운지라 위장에서 번번이 거부를 한다.
종균버섯의 먹이는 정확히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먹이로 갈아줘야 한다. 걸러낸 우유는 걸쭉한 요구르트로 탈바꿈 한다. 버섯이 먹다 뱉은 걸쭉한 물은 시금털털하니 개살구 맛이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달콤하고 향기나는 요쿠르트가 아니다.
비위에 맞을 것 같지가 않다. 몸에 이로운 건 역한 법인지라, 그렇더라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목 안으로 밀어넣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평상시 소젖을 거부하던 뱃속에선 별일이 없이 조용하다. 쿠테타가 일어날까 싶어 긴장하던 맘을 풀었다.
요쿠르트는 장 속으로 들어가 위벽에 붙어 사는 헬리코박터 균을 잡아먹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겨우 달포 가량 투약한 효험이 느껴진다. 수 년 동안 신새벽 단잠을 깨우던 위염, 위장을 손톱으로 할퀴듯이 쓰리던 속이 점층적으로 편안해져 간다.
일을 열심히 하는 저 우직한 소는 버섯에게 양식을 주었고, 티벳 버섯은 우유를 먹고, 먹다 남은 우유는 내가 마시고, 내 몸 속에서 기생하던 헬리코박터 균은 종균요쿠르트라는 사약을 받아먹고 제 풀에 사그라졌다. 더디지만 위장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나 보다. 위염 치료에 공헌하고 있는 종균버섯을 더 정성스럽게 기르고 있다. 버섯은 통통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영화 속의 그렘린처럼 하얀 브로콜리 모양의 몸집을 부풀려가고 있다. 자라나는 버섯을 보며 그들과 공생 공존하며 태어나고 사멸(死滅)하는 법칙을 익혔다. 종균버섯에서 윤회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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