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최초 ‘조당집’ 영역한
오슬로大 크리스토프 앤덜 박사
동아시아 선종사(禪宗史)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의 하나로 꼽히는 『조당집』이 서구에서 최초로 영역됐다.
선종 연구 기본 텍스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크로스토프 앤덜(Christoph Andeal) 박사는 2004년 11월 『조당집 어언연구(祖堂集 語言硏究)』(Studies in the Language of Zu-tang Ji)를 오슬로대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했다. 그의 논문은 1권 조당집 영문본과 2권 조당집 내용 분석으로 구성돼 있다.
『조당집』은 석가모니불을 비롯한 과거칠불로부터 당나라말 오대(五代)까지의 선사(禪師) 253명의 행적과 법어·게송·선문답을 담고 있는 선서(禪書)로, 초기 선종사의 계보와 중국·한국에 건너온 토착 불교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텍스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서구에서 최초로 조당집이 출간된 데에 서구의 학자들은 물론 한국의 불교학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서구에 불교가 유입된 최근 100여년간의 짧은 역사를 통해볼 때, 선불교의 주요 서적이 영역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선불교의 토대와 포교의 장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한국을 방문한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는 동국대학교에서 조당집 관련 박사학위 논문이 노르웨이에서 발표됐다고 소개하며 서구 학계에서 선불교 연구의 장이 확대될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철학도에서 출가자로, 불교학자에 이르기까지=서구 출신인 크리스토프 앤덜 박사가 조당집이라는 방대한 내용의 텍스트를 박사학위 주제로 선택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남다른 인생여정이 큰 몫을 했다.
앤덜 박사는 오슬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미국의 한 일본사찰에서 스님으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0대 시절부터 동아시아의 철학과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비엔나 대학에서 중국과 일본학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사를 공부했다. 21살 때부터 불교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그는 우연히 미국에 있는 한 사찰에서 여름 방학기간 동안 단기수련을 체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일본사찰 발디 젠 센터를 찾아간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려고 했던 그는 결국 ‘참선에 매료돼’ 그곳에서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고, 그후 4년동안 발디 젠 센터에서 출가자의 길을 걸었다.
돈황문서로 석사학위 받아
하루에 16시간씩 참선 수행을 하며 그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선의 세계’에 매료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삶의 또다른 측면에 대해 갈망이 시작되었다고 회고했다. 승가의 권위주의와 계급적인 구조는 서구적인 방식에 길들여진 그에게 참으로 불편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으며, 특히 내부에서 끓어오르던 불교에 대한 학구적인 갈망은 내부와 외부세계간의 충돌을 일으키며 그를 얽매기 시작했다. 4년간 면벽 수련을 하던 그는 결국 불교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진전시켜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갔다.
그는 4년간 일본 선종 사찰에서의 출가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출가자로서 훈련되는 동안 특히 선의 언어와 수행이론에 대한 감각을 훈련받았고, 이는 선불교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선뜻 조당집을 텍스트로 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대승경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승가라는 조직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구인임에도 불구하고’ 선종의 계보를 연구하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중국선종사 연구의 시작=모교인 비엔나대에서 불교학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석사과정 중에 1년간 중국으로 건너가 북경대에서 중국 고문에 대한 기초를 닦기도 했다. 「초기 돈황문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앤덜 박사는 조당집을 박사논문으로 선택한 후 2002년에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세계 유일본인 해인사 장경각의 조당집 판본을 친견하기도 했다. 그의 지도교수는 서구에서 불교언어학의 대가로 꼽히는 크리스토프 합스미어 박사이다.
◆논문의 구성과 내용=크리스토프 앤덜 박사의 논문은 총 2권으로 구성돼있다. 1권은 조당집 한문 원문과 영문 번역 및 주석서이며, 2권은 조당집 조성의 역사적 배경, 내용 분석, 문법상의 특징, 동아시아 선종사 분석 등을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크리스트프 앤덜 박사의 논문은 고려대장경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당집의 내용뿐만 아니라 해인사 장경각을 통해 그 경전이 현존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서 엄청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할 정도로 고려 불교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고려대장경이 판각되던 당시 고려의 정치적 배경, 조당집이 지어질 당시의 중국불교의 상황, 조당집 저술의 역사적 의미, 동아시아의 토착화된 선불교 등이 2권에 포함돼 있다.
조당집 영문 완역 계획
1권인 조당집 영역본은 아쉽게도 조당집 앞부분에 한정돼 있다. 앤덜 박사는 앞으로 1년간 스웨덴 학술원에서 조당집을 주제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조당집 영문본을 완역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이루어지기까지 앞으로 상당한 시일과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예산 확보가 이루어지는 대로 조당집 완역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조당집은?
석가모니불을 비롯한 과거칠불로부터 당나라말 오대(五代)까지의 선사(禪師) 253명의 행적과 법어·게송·선문답을 담고 있는 경전이다. 모두 20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952년 남당(南唐)의 천주(泉州)에서 편찬되었으며, 현재 합천 해인사 고려대장경 속에 단 1본만 전해진다. 이 책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12년 일본인 학자 간노사다와 오노 겐묘가 해인사에서 고려대장경 판본을 조사하다 발견되면서부터이다.
이 책은 선사들의 전기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어나 선문답, 게송까지 포함하고 있어 선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초기 선종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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