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회향법회’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방향을 돌린다는 뜻이라 생각된다. 일정한 기간의 기도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그동안 부처님께 입은 자비와 은덕을 다시 중생들에게로 돌려준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향법회의 참뜻은 이처럼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그 밖의 많은 능력들이 어쩌면 자기 것이 아니며, 또한 자신의 힘만으로는 이루어 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줌으로써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회향이라는 것도 역시 매 시간 일어나야 하는 것일게다. 사람을 통해 일을 통해 음식을 통해, 또 공간에 함께 있는 그 어떤 것들과도 말이다.
창작오페라로 초연을 앞두고 있는 오페라 ‘동승’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인연이자, 일종의 ‘회향식’과 같은 작품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며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고 때론 적극적인 것과 공격적인 것을 혼동하여 많은 갈등을 빚어내곤 했었다. 오페라 ‘동승’을 기획홍보하면서도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부처님의 생애를 그리지 않은 작품이라는 이유로 많은 ‘아픔’을 겪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다가가고 친숙해지기 위해서 많은 양보와 이해가 있었고 그러는 가운데 비로소 ‘동승’을 완성하게 됐다.
서로가 다르지만 같은 느낌을 나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애가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 ‘동승’은 비록 상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누구나 한번쯤 만남과 이별을 통한 인연의 연속 안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부정하였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기에 종교의 차이를 떠나 우리네의 가슴을 따스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이 작품을 통하여 가톨릭 신자로서 불교에 무지하였던 나 자신 또한 배움의 기회를 얻었고 출연진의 절반 이상이 개신교 신자임에도 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한 하나의 만남을 이루고 대중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선을 향하는 마음으로 기도에 임하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며, 저마다의 해탈의 의지를 갖고 인생을 살아간다. 베푼다는 것은 내 능력을 알게 해주고 그것을 받은 내가 감사한 마음으로 대중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많은 음악회나 공연장에서 돌아와 감동의 크고 작음을 이야기하곤 한다. 음악인으로서 연주활동을 하며 느끼는 것은, 감동은 연주자들이 관객들에게 전하기도 하지만 관객을 통해 연주자들이 감동을 받기도 한다. 전율로 다가오는 감동은 이렇듯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다. 모든 종파와 형태를 초월하고 서로의 나눔과 땀으로 이루었던 오페라 ‘동승’이 전해 준 또 하나의 선물을 통해 불교와의 소중한 인연을 싹틔워갈 것이다.
황지숙/ 성악가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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