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섭/불교는 내 삶 밝히는 등불
우리 집안은 불교와 매우 깊은 인연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경기도 조암에 있는 작은 암자를 자주 가곤했다. 4대조 할아버님이 큰 병이 나셨을 때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 끝에 완치됐고, 그 인연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자연스럽게 불교신자가 됐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찰, 스님과 인연을 맺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절을 다녔지만, 불교서적을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나이가 들수록 부처님의 말씀이 주는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을 때가 많다. 특히 〈반야심경〉은 많은 경전의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삶의 자세를 가장 잘 가르쳐주고 있다.
15여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당시에 수원포교당에 주지로 부임한 성관스님을 통해 불교교리도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또 경한(景閑)이란 법명도 받았다. 비로소 불자로서의 기본을 갖추게 된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내 삶이 바르게 가도록 이끄는 등불이다. 문화재단을 설립한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작은 노력이었다. 집안에 여유 자금이 생겼을 때 ‘이것을 지키기 위해 마음 고생하느니 사회와 국가에 환원하자’는 생각에 재단을 설립해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을 돕는데 쓰고 있다.
불교는 가르침도 좋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종교가 아닐 수 없다. 불교는 1600여년 세월동안 우리나라의 정신문화와 유형의 문화를 이루는 골간이 됐다. 조선시대 들어 정치적인 탄압을 받으면서도 국가와 민족이 위태로울 때는 홀연히 일어나 국가를 지켜냈다. 또 설움받는 민중들을 부처님은 항상 자비로운 미소로 맞아 들이셨다.
하지만 가끔 불교 밖에서 들리는 비판의 소리를 접할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종단사태 당시 스님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불교 자체를 매도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그렇다. 하지만 많은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절제하며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또 중생에게 깨우침을 나누기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스님들이 계신다. 스님들은 수행과 포교를 병행해야 하지만 자기 공부에만 만족해서는 불교가 발전하지 못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주려는 노력을 지금보다 더 기울여야 한다.
내가 맡은 사학재단의 학생들을 키워내 국가의 일꾼으로 만들고, 또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이 생에 주어진 나의 소명이 아닐까. 그리고 내게 소중한 길을 가르쳐 준,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에서 스님들이 편안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불사를 마무리 해 드리는 것이 이 생에서 내가 할 전부인 것 같다.
송충섭/ 영복학원.백상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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