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아이 통해
자연스럽게 맺은 인연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
스님들 짝사랑하게 돼
종교 간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점은 ‘믿음과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불교의 경우에는 더욱 믿음과 수행의 종교라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사실 나는 믿음과 수행의 경험을 내세울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믿음과 수행 그리고 불교 그 자체에서 푸근하고 편안함을 느끼고 좋아하고 있다.
내가 불교에 가까워진 가장 큰 계기는 독실한 불자인 어머님과 딸아이 때문이었다. 어머님은 부모로서 제일 큰 고통이라는 자식(장남)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는 아픔을 겪으셨는데, 그 아픔을 극복하고자 관악산에 있는 모 사찰에 영가를 모셔놓고 무슨 날만 되면 그 높은 산을 오르시곤 했었다. 어머님을 따라 절에 오르면서 나는 절과 친해졌고 스님과도 인연도 맺으면서 급기야는 관련 학생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를 변화시킨 가장 큰 동기는 뜻밖에도 딸아이였다. 올해로 11살인 딸 아이가 3년 전, 그러니까 그 아이가 8살이던 어느 여름날. 우연히 딸과 함께 강화도에 갔다 귀가 하는 길에 모 사찰을 방문했는데 이 녀석이 법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부처님 앞에 오체투지 50배를 하며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당황하는 나를 개의치 않고 절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옆에서 합장 예불하시던 할머니 아주머니 신도님들이 기특하다는 듯 어떻게 절하는 법을 배웠냐며 칭찬하고 질문이 이어졌다. 또 한번은 전라도에 있는 모 사찰에 들렀는데 한참동안 녀석이 안보여 찾았더니 뜻밖에도 기와에 이름을 쓰고 소원을 기원하는 불사 행사장에 있었다.
누구로부터 배운 바도 없고 내가 가르쳐 준 바도 없어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돌이켜보면 딸에게 아기 때부터 ‘동자승 인형’을 사다주고 집을 자주 찾아주시는 스님들과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불교와 친숙해진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무튼 나는 오히려 딸아이의 행동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삶을 즐기며 감사할 줄 아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업무적으로 보면 ‘종무관’이라는 직위에서 여러 종교에 관계된 일을 하면서 ‘불교’라는 단어를 떠날 수 없는 일과 속에 매이게 된 것도 불교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다. 특히 문화재의 70~80%에 해당하는 불교문화재를 담당하는 문화유산국장과 문화정책국장이라는 중책를 맡으면서 전통불교문화와 더욱 친숙하고 가까워지게 되었다. 이제는 문화재보호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입장이 불교와는 땔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천생연분 입장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교의 푸근함과 편안함 그리고 무어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인연에서 스님들을 무척 좋아한다. 아니 짝사랑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이 말이 교리적 측면에서 보면 불경스럽고 꾸지람 들을 말인 줄도 알지만 나는 느낌 그대로의 짝사랑을 하고 있다.
스님들을 좋아하다보니 존경하고 성스럽게 모셔야 될 성직자이신 스님들이 때론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기도 한다. 나의 불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스님들께서 잘 받아주시곤 한다. 때론 스님께 “할렐루야” 하고 인사를 드리면 껄껄대시며 “관세음보살” 하신다. 이제는 이러한 농담도 친숙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이래서 불교가 편안하고 좋다.
이승규/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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