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시
불상생 계율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죽게 될 생명체를 살려주는 것인즉, 현재 유행되는 물고기 자라 방생도 손쉬운 자비 방편의 하나일는지 모른다. 아직까지 방생 불사에 단 한번 동참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방생 불사 따라다닐 뜻이 전혀 없는 나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복을 구하려는 방생 불사가 잦다보니 남방 국가에서 자라등을 수입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생태계를 파괴 시키고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일이다. 동남아 국가에서 잡힌 자라를 신토불이의 진리를 따라 그 나라 산하에 되돌려 준다면 복을 받을지 모르되, 수 만리 낯선 한국땅에 방생한다면 그 생존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한 마리 자라. 잉어를 방생하여 복을 받을 줄만 알고 잡아 먹히는 수 많은 미꾸라지. 송사리. 피라미들의 원한을 살피지 못한다면 묘관찰지. 평등성지에 이르지 못한다.
노자 장자의 논리를 빌린다면 방생하여 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잡지 않아 포획 과정에서 방생에 이르기까지의 갖은 고통과 위해를 가하지 않고 무위 자연속에 그 수명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더 큰 복을 받을 것이다. 또 방생하여 큰 복을 받을진대 방생용 물고기를 잡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죄업을 짓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장보살님을 본받지 못할망정, 내가 복을 짓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지옥에 갈 죄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원경지의 동체대비가 아니겠는가?[맹자 이루 장구 상편]에 (원문 번역)[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행할 도는 가까운 곳에 있는 데도 그것을 모르고 먼 데서 찾고 있고, 할 일은 쉬운데 있는데도 그것을 모르고 어려운 데서 찾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 어버이를 어버이로 친애하는 정을 다해서 섬기고 연장자를 연장자로 극진히 존경하고 받들어 효제의 도를 다하면 천하는 화평해지리라}또 [진심 장구 상편]에 {초목 금수에 대해서는 사랑은 하지만 인(仁)으로 대한다고 할 수는 없다}백성을 인애하지만 친애하지는 않는다. 친척을 친애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인애하고 백성을 인애하는 마음으로 동식물을 사랑하느니라}라고 하시니, 유교의 세속적 차별의 인의요 강륜이다.
부처님의 대자대비는 삼라만상에 두루 미치어 차별이 없으나, 오늘날 우리 불자들이 이용가능한 재질이 한정되어 있으니 경제적 논리에 따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상에 투자되어야 될 것이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라. 잉어들을 방생하면서 중, 홀아비, 과부, 무의탁노인, 고아. 장애인들을 외면한다면 어찌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성서]에도 [하나님에게 기도하기 전에 네 형제와 화해하라(보살펴라)]고 하였는데. . .
방생 불사를 위해 관광 버스를 대절하고 방생용 물고기를 구입하는 경비로 장애자들에게 휠체어를 구입하여 주거나 생계 자립을 위한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실다운 복이 되지 않으랴! 사찰 규모나 신도들의 열성에 따라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전담하거나 분담 지원하는 것도 보현 보살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 될 것이다.
또 지원받은 가정은 불교 믿지 말래도 부처님께 감사하고 삼보를 공경하게 될 것이니 포교 방편까지 구족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시야를 확대하면 소말리아 등의 극빈 국가 어린이들은 자라 한 마리 방생하는 비용으로 한 달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제천보다 수승하여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인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당당한 불자들이 굶주려 죽어가는 이윳 형제들을 외면하고 잉어 자라에게 매달려 복을 받겠다고 한다면 석가 부처님께서 크게 한탄하실 것이다.
왕궁을 떠나 전륜성왕의 자리마저 버리고 허다한 고행 난행끝에 정각을 이루신 당신의 아들딸들이 못나도 너무 못난 짓거리를 정법으로 받들어 행하고 잇으니 부처님이신들 어찌하리오! 과거 오리에 암자 하나 세우고 십리에 절 한 채씩 건립한 불심천자 양무제를 달마 조사께서는 별무공덕이라 하셨으니 방생. 불사, 대형 석불 조성 불사 좋아 하시는 스님들께서 잘 살피셔야 할 것이다.
말법말세라서 그런지 삼 천불, 일 만줄 조성 불사들도 많고 수 십억의 거금을 들여 동양 제일 세계 최대의 불상 조성이 찬탄되니 석재 산업 발전과 조각 예술에 크게 이바지 되겠지만 태사로고에 불과하고, 유루의 복도 얻지 못할 비불사로 방생용 물고기를 수입하는 지경이니 가히 방생로고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이다. 세계 최대의 통일 대불도 물질의 인연이 다하면 끝내 티끌이 될 것이니 방생용 물고기를 건져내어 중생 공양하시는 기막히고 처절한 자비원력에 비유를 들어 말할수 있으라!복을 구하고 영검을 구하려는 신도들과 선거철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만명이 모인들 불국정토가 금시 구현될 것인가?
{금강경}의법 출생분, 법계 통화분, 응화비진분등에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보시한 공덕보다도 사구게 하나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해주면 그 복이 더 수승하여 비유로 들어 말할 수 없다 하셨다.
또 무위복승분, 존중정교분, 여법수지분, 지경공덕분에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몸으로 맥천만억겁을 보시하는 것보다도, 올바른 신심으로 참다운 가르침을 남에게 설명하는 공덕이야말로 비유로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셨다.
(장엄정토분)의 응무소주이생기심으로(능정업장분)경을 지닌 공덕으로 선세죄업을 소멸하고 끝내 아 다라삼 삼보리를 이룬다고 하였으니 비용을 낭비할 이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올바른 신심 뜨거운 원력으로 불교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교단 차원의 사회복지시설을 늘려 그늘진 곳의 중생 공양을 다하며, 불교 방송망 확장에 삼보 정재를 사용해야 된다.
스님들이 대형 불사에 집착하고 신도들은 방생에 매달려 복을 구하려 할수록 사회의 외면을 받아 타종교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지고 점점 영향력 없는 소수 종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군대, 경찰, 교도소 등의 특수 포교 대상과 산업 공해등 포교대상에서 제외하고 방치할수록, 이들은 타 종교의 빈번한 전도 열의에 포섭되어 불교와는 인연없는 중생들로 변할 것이다.
잘못된 시대 흐름을 거슬러 참다운 대승 보살도를 행하려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외로운 나날이다. 나와 남들이 모두 한꺼번에 부처의 경지를 이르면 더욱 좋겠지만 우선 이웃의 고통을 나 자신의 고통으로 함께 나누려는 대승 보살의 비원이 더욱 뜨거워지고 참다운 자비 등불로 혼탁한 세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오늘도 우리 가까이에 고통받는 이웃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들에게 무외시를 베풀어 오래도록 안온하고 근심없게 하기는 고사하고 한때의 물질적 도움마저 주기 어려우니 지옥 문전에서 통곡하신다는 지장보살님의 그 서원을 조금이나마 짐작 하겠다.
일에는 남의 발등을 긁어 주는 것처럼 한가한 일이 있고. 제 눈썹에 붙은 불을 꺼야 하는 것처럼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일이 있는데, 방생이나 생전 예수제는 남의 발등을 긁어주는 격이요, 기아에서 헤메는 난민 원조와 복지 시설에 수용된 중생 공양은 눈썹에 붙은 불길을 잡는 것처럼 서둘러야 될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거리마다 사찰에서 내걸은 연등이 바람에 흔들려 물결이 일렁이듯 아름답다. 그러나 더욱 참다운 등불은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자비 원력을 실천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수순할 때 환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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