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한결같이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설하고 계신다. "사제를 닦아라. 그러면 너희에게 괴로움의 멸이 있게 될 것이니라." 12 연기설에서도 무명의 멸진은 곧 생사 괴로움의 멸진에 이른다고 한 다.
대승불교의 6바라밀설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살은 오온이 공함을 비춰보고 일체의 괴로움을 건너간다고 설해진다. 불교는 괴로움을 문제로 삼고 괴로움의 멸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평해질 법하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다음과 같은 놀라운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부처가 세상에 출현함은 오직 한가지 일 때뿐이니, 그것은 중생들께 부처의 지견을 얻게 하고자 함이니라. 하는 바 모든 일은 항상 이 목적을 위한 것이니 오직 하나의 부처되는 길, 곧 불승이 있을 뿐 그 밖의 다른 길은 없느니라.
그러나 오탁 악세의 중생들은 번뇌가 무겁고 괴로움이 심하여 부처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부득이 방편을 써서 일불승을 셋으로 분별하여 삼승을 설하는 것이니라."
부처님의 이 말씀에서 먼저 우리들은 불교의 궁극적 목적을 표현 하는 말이 '괴로움의 멸' 에서 '부처의 지견'으로 달라진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괴로움이 사라진 열반을 얻고는 거기에서 다시 부처의 깨달음을 지구(志求)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람은 부처의 제자가 아니라고도 한다. 그리하여 부처나라를 건설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부처님의 사명이 끊임없이 권설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조목되는 점은, 지금까지 설해온 4제.12연기.6바라밀과 같은 교설들은 괴로움을 받는 중생들을 먼저 괴로움에서 끌어내리는 방편에 의해 시설된 것들로서, 사실은 일불승을 그렇게 갈라서 설했던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3승은 거짓(權)이요 일승은 진실(實)이라고 말할 수가 있고, 거짓을 열어 진실을 드러낸 것(開權顯實)이요, 3승을 모아 1승에 돌아간 것(회삼귀일) 이라고도 말할 수가 있다. 법화경의 이러한 교설을 '일불승설'이라고 하는데, 이 법문이 처음으로 베풀어질 때는 정말로 놀라운 선언이었던 모양이다. 사리불이 세번이나 거듭 청하였고, 5백인의 퇴장을 거친 뒤에 비로소 설해졌다는 데에서 당시의 그러한 소식을 엿볼 수가 있다.
따라서 법화경의 일불승설은 미즈유의 회기적인 교설이라고 말할 수가 있고, 그만큼 그에 대한 연구도 사상가들 사이에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의 주된 관심은 일불승이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3승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 하는 점에 있었다.
중국 삼론종을 개립한 가상길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삼승은 4제를 닦는 성문승과 12연기를 관하는 연각승과 6바라밀을 닦는 대승을 가리키는데, 이들 삼승은 모두 불성을 갖고 있으므로 성문.연각도 마침내는 성불을 하게 된다.
3승이 이렇게 성불할 수 있으므로 이것을 이르되 일불승이라고 하는 것이며, 이 일불승은 3승 중의 대승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법화경을 세운 자은규기도 일승을 3승 중의 대승으로 보는 점은 길장과 같다. 그러나 3승의 성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법상종의 5종성설에 의하면, 성문.연각의 이승에는 결정적으로 그 길만을 닦게금 정해진것(決定種姓)과 그렇지 않은 것(不定種姓)과의 두가지가 있어, 이 중에서 정해지지 않은 종성만이 대승에 이러한 부정종성을 대승에 전향하여 성불할 수가 잇다고 한다.
법화경의 일불승설은 이러한 부정종성을 대승에 전향시키기 위한교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3승은 진실이요, 일승은 오히려 방편이라고 한다.
길장과 규기는 이렇게 성불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일불승을 3승 중의 대승으로 보는 점에 있어서는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천태종의 천태지의와 화엄종의 현수법장은 다시 그들과는 전혀 달리 3승밖에 따로 일불승이 있다고 본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법화경에 불난 집의 비유(火宅喩)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장자가 자기 집에 불이 난 것을 보고, 그 안에서 놀고 있는 자기 아들들을 불러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꾀(방편)를 쓴다.
"급히 나오너라, 너희들이 좋아하는 양.사슴.소를 맨 세가지 수레가 지금 문 밖에 있느니라." 그리하여 아들들이 모두 집 밖에 나왔을 때 장자는 그들에게 다같이 하얀 소를 맨 큰 수레를 나눠 준다는 얘기다. 지의와 법장에 의하면 3승은 양.사슴.소를 맨 세 가지 수레에 해당되고, 일불승은 집 밖에서 모든 아들에게 평등하게 나눠준 하얀 소를 맨 큰 수레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들은 사거가(車家)가 되고,전자의 길장과 규기는 3거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일불승을 이렇게 3승과는 다른 독특한 법을 갖고 있는 것로 본다면, 이제 문제는 그 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하는 점일 것이다. 일불승을 대승과 동일시할 경우는 대승의 반야교설이 곧 그에 해당되지만, 4거가의 입장에 서면 그와는 다른 독특한 교법이 제시 되어야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천태지의.................
일불승을 이렇게 3승과는 다른 독특한 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이제 문제는 그 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하는 점일 것이다. 일불승을 대승과 동일시할 경우는 대승의 반야교설이 곧 그에 해당되지만, 4거가의 입장에 서면 그와는 다른 독특한 교법이 제시되어야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천태지의는 법화경 방편품에 "모든 법의 실상은 오직 부처와 부처만이 다 안다."는 말과 그 내용으오 제시된 십여시(如是)설에 주목하여, 이로부터 일념 삼천의 부사의묘관(不思議妙觀)을 전개 시키고 있다.
한편 현수법장은, 일불승에는 3승과 동일한 부분과 전혀 다른 부분과의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므로 전자를 동교(同敎)일승, 후자를 별교(別敎) 일승으로 각각 부른다. 그리하여 별교일승은 화엄경의 무진교의(無盡敎義)가 그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로부터 화엄법계관을 체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 소개한 것이 일불승설에 대한 옛 사상가들의 주된 견해인데, 전부가 교학적인 연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본다. 법화경의 일불승설이 지닌 신앙적인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리사상도 중요하지만, 종교로서의 교설이 지니는 신앙적인 면도 또한 중요하다. 이런 뜻에서 필자가 평소에 느껴오는 법화경의 일불승설에 대한 종교적인 측면을 언급해 보고싶다.
불교에 있어서 믿음의 대상은 말 할 것도 없이 부처님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하여 인간에게 화복을 내리는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진리를 깨달아 남에게도 그것을 깨닫게 하고자 하는 선각자와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기독교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절대적 의빙의 염이 될 수가 없다. 위대한 스승에 대한 귀의요 신뢰라고 하는 말이 적절한 것이다.
부처님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한걸음 더 들어가면 모든 중생에게 갖춰 있는 불성(佛性)에 대한 믿음으로 심화되고, 마침내는 '나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된다. 불교적 신앙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자기 불성에 대한 자신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은 깨달음을 얻으려는 실제적인 구도에 임해서는 산산조각이 나기 마련이다. 끝도 갓도 없이 깊어지는 불법의 심오함에 그만 갈길을 멈추고 걷잡을 수 없는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행하고 있는 이법이 과연 부처님의 뜻에 합당한 바른 길일까?' ‘나와 같은 죄악 범부는 도저히 부처가 될 수 없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이런 좌절은 곧 믿음의 상실을 의미한다.
믿음을 잃고 불안에 쌓인 이런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이제 법화경의 일불승설을 바라보자. 삼승은 모두 하나의 불승속에 있는 것이다. 삼승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부처님께 절을 한번 하거나 이름을 한번 외기만 해도, 벌써 불승속에 들어선 보살인 것이다.
그러기에 법화경은 어린애가 장난으로 불상을 하나 그려도 모두 부처가 된다고 설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런 말씀인가. 불안했던 마음속에 다시 믿음의 환희가 용솟음친다. 이러한 믿음의 환희를 더욱 북돋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법화경 방편품은 다음과 같은 말로 맺어져 있는 것이다.
"기뻐하라!
너희들은 모두가 부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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