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환경과 사찰의 수행환경 파괴,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불자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건에 접하였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에 반대하며 기도정진중인 비구니스님을 건설업체인 L.G건설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행위를 자행하였다는 것입니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폭언과 완력에 의한 집단 행동, 그리고 기도도량의 훼손 등, 이로 인하여 세분의 비구니 스님이 입원 치료중이라는 급박한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심경과 아울러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스님과 도량에 대한 이와 같은 행위는 바로 우리 불자들이 정신적 귀의처로 삼는 삼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명백한 훼불 행위인 것입니다.
조계종 신도를 대표하는 중앙신도회는 이에 대하여 강력히 대처하여 나갈 것임을 천명하면서 관계기관과 건설업체, 폭력행위 당사자의 사과와 처벌 및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성장과 속도‘로 대표되는 지난날의 개발독재의 망령이 되살아 난 듯한 작금의 개발우선 정책에 의한 자연 환경 파괴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전국의 산은 `터널공사‘에 신음하고 있으며 강과 바다는 `댐 건설’과 ‘방조제 공사’에 물줄기가 뒤바뀌어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금번 문제가 된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건설 말고도, 가야산 국립공원 해인사 59번 관통도로 건설 계획,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한 천성산 내원사와 금정산 범어사 관통터널,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설치 등, 전 국토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신음하고 있으며 이러한 심각한 자연 환경 훼손은 사찰의 수행환경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심지에서의 사찰의 수행환경 훼손도 심각하여 한국불교의 1번지인 조계사와 인접한 곳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설과 서울 강남의 기도중심도량 봉은사에는 울타리를 맞대고 고층건물이 건설되는 등 생명 존중의 부처님 사상과 수행도량의 근본을 뒤집는 심각한 도전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기를 꿀벌이 꽃가루를 채집하듯이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꿀벌이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헤치는 일이 없듯이 인간도 자연을 이용할 때 자연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는 우리 불자들은 이토록 심각하게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수행환경이 훼손되어 가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습니다.
개발을 통한 특정 집단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배타적 소유권에 대하여 더 이상 침묵하거나 방치 할 수 없습니다.
일천칠백여년 동안 민족의 문화와 정신을 지켜온 한국불교의 수행환경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한 것을 더 이상 묵인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연과 사찰의 수행환경 수호가 동체대비의 보살행을 실천하는 길임을 깨닫고, 이 땅의 모든 불자들과 함께 우리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용맹정진 할 것을 굳게 서원합니다.
▷ 우리의 주장
- 정부당국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수행환경과 문화유적의 보호를 위한 관련법을 정비하고 개선하라.
- 북한산에서 비구니스님에게 폭력을 행사한 관계자를 문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 이천만 불교도는 부처님의 동체대비 정신을 발하여 자연, 문화, 수행환경을 지키고 가꾸는데 앞장서자.
불기 2546(2002)년 3월 5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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