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만님께서 말씀하시길....
> [출처: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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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만(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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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11 참사 이후에 문명 사이의 충돌을 염려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명은 바로 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문명의 충돌은 곧 종교의 충돌을 의미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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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에서도 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유대-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대립이다. 여태까지 종교현상의 이해 틀이었던 '세속화' 패러다임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종교적 갈등이 주요한 문제거리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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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 혁명은 서구 근대성 체제를 당연시하던 이들에게 강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 사건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역사의 방향을 독점했다고 주장하는 서구에 도전장을 던진 사건으로 해석되었다. 이는 한편으로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3억 이슬람 인구를 저변으로 하면서 서구 근대성 유일체제에 대한 대안 모색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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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여파와 날로 심화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으로 인해 유대-그리스도교에 기반을 둔 서구문명과 이슬람문명 사이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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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세계의 종교분쟁은 유대-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국가적 동질성(아이덴티티)의 기반으로 삼으면서 서로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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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슈미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무력 대결은 작년 인도 의사당내 총기난사의 책임 논란으로 이어지며 양쪽이 핵폭탄을 국경에 전진 배치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같은 나라 사람으로 수천년을 지내다가 50여년 전 분리된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이제는 전 세계의 안전마저 위협하게 된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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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 내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남부의 싱할리족과 북부의 타밀족은 각각 불교와 힌두교를 기반으로 하면서 아름다운 섬 스리랑카를 피로 얼룩지게 하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소강국면인 북아일랜드 사태도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뿌리깊은 종교 갈등으로 언제 다시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될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는 이슬람-가톨릭-동방 정교회가 서로 맞물려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발칸반도의 상황도 항상 많은 이의 걱정어린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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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도 일관된 평화적 저항주의로 세계의 관심을 받은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탄압이 또한 티베트 종교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임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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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인류는 하나의 종교만을 가진 적이 없다. 나는 이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하나의 종교만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을 때는 항상 불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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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지닌 가장 고귀한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쓰는 측면이 있는 한편 인간의 잔인성을 거리낌없이 배출해온 측면도 있다. 그래서 종교인은 항상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이 긴장은 '다른 것'을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려는 충동을 이기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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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종교를 틀린 종교라고 단정하게 될 때 종교 사이의 폭력이 일어나게 된다. 종교의 폭력은 스스로를 배신할 뿐만 아니라 온 세계와 우주를 위험에 빠뜨린다. 종교인들은 종교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삶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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