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나는 유승준에게 속았다”
나는 유승준에게 속았다는 느낌이다, 유승준이 그동안 대중에게 전달 했던 이미지는 성실함이나 순수함. 건실함. 솔직함등등 매우 현대사 회에서 희귀한 미덕이었다. 유승준은 본인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군대에 가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왕이면 다 홍치마라고 그 힘든 ‘영원한 해병대’에 갈 생각이라는 인터뷰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신청을 한 관계로 미국인인 유승준이 군대에 갈 이유는 이제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권주자 이모씨의 경우와 공직을 맡지 않은 유 승준은 다르다. 나는 평소에 연예인들이 ‘공인 어쩌구 저쩌구’하는 것 은 우습게 생각한 사람이다. 대중에게 드러나 있는 사람은 무조 건 공인(public person)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나 기관에서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만이 공인이라는 다 소 협소한 공인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양다리 걸치기 연 애사건을 일으킨 신참 연예인들이 ‘공인으로서 팬들의 심려를 끼치고 ’하는 등등의 기자회견은 먹는 것이 올라와서 못듣는 사람이다. 하지만 유승준의 예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수가 없다. 유승준은 그동안 이른바 한국사회에서 ‘바른 생활표’의 대표적 연예인이었다.
그는 항상 미디어에 나와서, 무슨 상을 받을 때도 ‘하느님의 영광과 부모님’을 부르짖고 했다. 어떤 종교를 믿던지 그것 은 유승준의 자유이다. 또한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가는 방향이 같 다. 유승준이 독실한 기독교신자이건 불자인건 간에 사실은 그 종 점은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그렇지 않다. 종교도 아무나 믿지 못한 다. 내가 ‘종교를 믿지 않는 종교’를 신봉(?)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종교인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생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유승준의 변신이 유죄라고 생각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차라리 ‘군대문제는 잘 생각해 보겠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담담하게 이야기했다면 이렇게까지 속았다 는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해병대를 간다고까지 했다가 결국 은 미국시민권을 신청했기 때문에 난 군대안가요라는 유승준의 태도에 대한 분노이다.
단순히 그 뿐인가. 연예계의 뉴스가 방송 3사를 통해 도배를 하는 ‘연예인 지상주의’인 현 상황에서 ‘헛것의 믿음’에 대한 우리의 허탈감과 분노, 자괴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사람들은 기존의 지위나 권력이 이른바 ‘시장가치’에 맥을 못추는 시기라고 했다.
한국사회의 고명한 석학보다는 서태지와 김 건모의 영향력이 더 힘을 발휘하는 시장우선의 시대가 바로 21세기라 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유승준쇼크는 이른바 한때 ‘시장효과’라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시장에서 반짝 뜨는 물건들, 난하고 야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교언영색의 상품들에 우리가 홀리듯 우리는 유승준이라 는 겉과 속이 다른 상품에 우리의 혼을 잠시 빼앗긴 것이다.
그나마 유승준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 ‘저는 원래 이런 애였어요’하고 그의 한계를 정체를 드러내 준 점이다. 그래도 유승준은 벼랑끝에서는 솔직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우리 주위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우리를 속여먹었던가. 유승준을 통해 다시 한번 갈길 험한 한국사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전 여 옥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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