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존자
번호 : 43893     조회수 : 3298     작성자 : 혜안스님     작성일 : 2008-02-28 오후 1:40:22    
가섭존자


질문 하신 내용은 어느분의 글에서 보셨는지는 몰라도 소승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가섭존자에 대하여 답변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에 제일 큰 제자인 가섭은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았으면서도 수행에 대해서는 부처님의 제자 중 어느 누구보다도 철저하였습니다.
가섭이 팔십이 넘는 노구를 이끌고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좀 편안하게 쉬면 어떻겠느냐?고 조용하게 권했습니다.

“가섭이여, 너의 육신도 이제는 늙을만큼 늙었구나. 너가 평생 입고 있었던 분소의(세속 사람들이 버린 옷을 주워다가 여러 개를 모아 기워 만든 옷)가 무거워 행동하기에 불편하면 재가 신도들이 공양 올리는 가벼운 옷을 입어도 좋으리라. 그리고 이제는 두타행을 그만 두고 너의 육신을 편안하게 쉬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그러자 가섭이 말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오랫 동안 여러 가지를 보살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두타행을 닦는 것이 즐거움입니다. 비록 늙은 몸으로 부처님을 뵈었지만 이 무거운 옷을 입고 하루 한끼를 먹으며 밤새도록 무덤가에 앉아 선정에 들기도 2,30 년이 흘렀습니다. 부처님을 처음 뵈었을 때 젊고 당당했는데 이제는 부처님께서도 많이 늙으셨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무거운 분소의를 입고 무덤 사이에서 수행하다가 죽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저는 도를 닦아 탐욕을 줄이고 또 만족함을 알고, 혹은 조용히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정에 들기도 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피하여 홀로 수행하는 것은 저의 기쁨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이같이 도를 닦는 것은 저의 즐거움이며, 또한 후세의 사람들에게 도를 닦는 즐거움과 도를 닦는 기준을 알리고 싶은 까닭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기뻐하면서 가섭에게 말했습니다.

“가섭이여, 너야 말로 후세 사람들의 등불이로다. 많은 사람들이 너로 인하여 도를 이루어 안락을 얻을 것이다. 가섭이여, 너의 뜻대로 두타행을 계속해도 좋겠구나.”

가섭의 노안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부처님이시여, 허락하여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가섭(迦葉 : 마하카사파)은 마가다국 왕사성 근교의 바라문마을에 핏파리라는 이름으로 태어 났습니다.
매우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학덕을 고루 갖추었으나, 어렸을적 부터 종교적 정서가 강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출가수행하리라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결혼할 것을 강권하고 그것을 차마 저비리기 힘들어 한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순금으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여 똑같은 여인이라야 결혼하겠다고 고집했습니다.
그러나 부모 특히 어머니의 집념은 더욱 무서운 것이어서 전국에 수소문해 정말 순금여인상을 닮은 여자를 찾아내 청혼했습니다.
그 여인은 고샤의 딸 바두라로서 재색을 겸비한 처녀였지만 그녀도 결혼보다는 출가수행에 뜻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양쪽 부모의 서두름으로 결혼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각기 속마음을 털어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고 청정한 수행결혼생활을 하다가 32세때 핏파리의 부모가 돌아간신 후 서로 머리를 깎아주고 같이 출가했습니다.
핏파리는 후에 두타제일의 제자, 부처님의 정법을 이어 받은 상수제자가 되었고, 이름을 가섭이라 했습니다.
그의 두타행은 의식주에 대한 갈애를 떨쳐 버리기 위한 전통 수행법으로 평생을 다음과 같은 12 가지 두타행을 하면서 수행하였습니다.
1. 재아란약처(在阿蘭若處) - 마을과 떨어진 산림 속에서 산다.
2. 상행걸식(常行乞食) - 언제나 탁발걸식한 음식을 먹는다.
3. 차제걸식(次第乞食) - 걸식하는데 있어서 빈부의 집을 가리지 않는다.
4. 수일식법(受一食法) - 하루 한끼만 먹는다.
5. 절량식(節量食) - 수행에 적당한 몸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량만 먹는다.
6. 중후부득음장(中後不得飮漿) - 중식 이후에는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7. 착폐납의(着弊納依) - 세속에서 버린 옷들을 모아 기워서 만든 옷을 입는다.
8. 단삼의(但三衣) - 옷은 세벌 이상 가지지 않는다.
9. 총간주(塚間住) - 잠을 잘 때는 무덤 사이에서 잔다.
10. 수하지(樹下止) - 수행을 할 떄에는 나무 아래에서 한다.
11. 노지좌(露地坐) -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 앉아 지낸다.
12. 단좌불와(但坐不臥) - 잘 때도 누워 자지 않고 좌선하는 자세로 그대로 잔다.

그는 이러한 수행에 힘입어 깨달음을 성취해 부처님의 생전에는 법을 이어 받는 세가지 사건을 전개하고, 열반후에는 부처님의 정법을 세상에 오래 보존하기 위해 경전의 편집을 주도했습니다.
세가지 사건은 보통 삼처전심이라 하여, 부처님께서 성도하실 때 수립하고 교화활동으로 확립한 선수행의 정수를 전달하는 행위로 보고 훗날 선사들이 깨달음을 얻는 출발점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해에 왕사성 칠엽굴에서 다른 5백 제자와 함께 경전 결집을 주도해 아난에게는 경장을, 우팔리에게는 율장을 편집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생전에 죽림정사로 가는 도중 부처님께 받은 분소의(糞掃衣)를 간직하고 정법 교단을 아난에게 맡긴 뒤 마가다국 근처 계족산을 반으로 갈라 그 사이로 들어가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나타나면 전하기 위해 수행정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섭이 아난에게 전한 전법게(傳法偈)는 다음과 같다.

법이라는 법의 본래의 법은

법도 없고 법이 아닌 것도 없음이니

어찌 한 법 가운데

법과 법 아닌 것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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