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란 무엇인가
번호 : 37845     조회수 : 2830     작성자 : 스님     작성일 : 2006-08-07 오후 6:01:59    
연기란 무엇인가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은 緣起의 도리로써 대표됩니다.
연기는 ‘말미암아 일어난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존재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서로 의지하여, 또는 여러가지 조건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즉 일체의 것은 모두가 그럴 만한 조건이 있어서 생겨난 것이며, 또한 그 조건만 없어지면 그 존재도 있을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因緣和合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게 되면, 그 결과는 다시 그를 발생시킨 원인을 포함한 다른 모든 존재에 대해서 직접. 간접의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단순히 결과로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인이 되고 緣이 되어 다른 존재에 관계하게 된다는 말로, 이를 ‘相依相關性’이라는 술어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상의상관성에 관한 『잡아함경』 권15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있고 [此有故彼有],

이것이 생함으로써 저것이 생한다 [此生故彼生],

이것이 없음으로써 저것이 없고 [此無故彼無],

이것이 멸함으로써 저것이 멸한다 [此滅故彼滅].”

이것과 저것이라는 말은 단순한 두 가지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相依性을 가지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모든 萬有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하나도 독립됨이 없이 서로 서로가 因이 되고 緣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 因緣生起하고 있다는 결론인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 속에는 우연히, 홀연하게 또는 조건없이 존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는 다른 것들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남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존재인 절대자적 唯一神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 서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기의 원리로 구성되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대한 천체로부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는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면서 우주의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전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연기의 법칙은 轉變說과 積聚說의 치우친 존재론을 깨뜨리고[破邪]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한 구원의 논리로서 제시된 것이니, 즉 우주에는 일체 삼라만상을 전변해내는 어떤 先驗的인 존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요소적인 원인의 積聚에 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모든 것[諸法]은 서로 연관되어 동시에 일어난 것이라는 뜻이다[相依相資 同時生起].

그러므로 主觀(六根)과 客觀(六境)은 독립된 自性(獨自的 存在性)이 없이 서로 무한한 흐름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니, 객관과의 관련 속에서 반응하는 주관의 행위[業]가 모든 창조의 원동력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연기법으로써 우주 창조의 중심이 초월적 신이 아니라 인간의 편, 살아 있는 존재의 편임을 해명하였습니다.
다시 부처님은 존재 그 자체의 허구성[諸法無我]을 설하시어 삶의 무한한 해방된 공간[空]을 깨우쳐 주시어 해탈의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연기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영원[無生]과 변화[生]를 동시에 사는 자이며, 절대[空]와 상대[有]를 동시에 경험하는 자인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집착과 미망으로 인하여 고난과 속박의 삶에로 전락[流轉緣起]되어 지기도 하며, 다시 집착과 미망에서 벗어나 해탈과 열반의 기쁨을 삶의 현재 속에 구현[還滅緣起]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논리입니다.

이러한 연기법은 부처님이나 혹은 다른 어느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우주 법계에 항상 머무는[法界常住] 법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부처님은 연기의 뜻을 깨달아 공(空)을 체득하는 것만이 불생불멸하는 생명의 도에 나아가는 것이며, 진정한 자아의 회복임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
이전    목록보기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