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원초적 회의에 대한 답을 찾고자 출가한 후 강원과 선원을 다니면서도 그 답을 찾지 못한 한 수행자는, ‘수행을 명분으로 공짜 밥을 먹고 살면서도 대접만 받으려고 드는 생활에 대한 양심적 회의’를 견디기 힘들었다. 또한 그러한 삶이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서글퍼지면서 결국 강원과 선원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그때 운명처럼 ‘화엄경’을 만났다. 곧바로 한 겨울 내내 탄허 스님이 번역한 ‘화엄경 합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는 살아야 할 이유와 가치가 충분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더불어 ‘화엄경’이 온 우주가 하나의 유기적 생명공동체임을, 낱낱 존재들도 유기적 공동체 존재임을 설명하는 경전이라고 정리하면서 ‘생명’을 화두 삼아 불교적 대안과 사회적 대안 찾기에 나섰다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스님은 그 과정에서 불교적으로는 인드라망공동체, 사회적으로는 생명평화공동체 운동을 했다. 생명 평화의 삶이 자신의 삶이 되고 이웃의 삶이 되고 우리 사회의 삶이 되고 세상의 삶이 되도록 정진하는 것을 수행으로 삼았고, 이것이 곧 보살행이요 깨달음행이요 해탈행이요 열반행이라는 믿음으로 살고 있다.
그런 스님이 문명사적 대안으로 제시된 생명평화운동의 바람직한 방향과 길인 인드라망 세계관을 잘 담고 있는 ‘화엄경’을 실상사 대중들과 함께 공부하며 강의한 내용을 엮어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를 펴냈다.

‘화엄경’은 불교가 낳은 최고의 경전으로 꼽힌다. 선재동자의 파란만장한 구도행각으로 잘 알려진 이 경전에서 선재동자는 처음 문수보살로부터 시작해 비구, 비구니, 동남동녀, 기생, 폭군, 고행자, 종교인, 상인, 실업가, 정치인, 권력가 등 53명의 선지식을 만난다. 그리고 그 수행의 마지막에 만난 보현보살이 장엄한 구도과정과 내용을 종합해 실천해야 할 지침을 제시한다. 그 지침이 바로 ‘보현행원품’이다. 또한 ‘보현행원품’에 담긴 핵심 내용이 ‘보현보살의 십대행원’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보현행원품’은 한마디로 화엄사상과 정신을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엄경’의 광대무변한 내용과 엄청난 분량에 주눅 들어 차마 펼쳐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는 바로 이 ‘화엄경 보현행원품’을 생명사상에 입각해 강의한 내용을 옮겼다. 때문에 그 속에서 화엄사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한 우리네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여 실천해야 할 것인가 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 생명을 화두로 든 도법 스님이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설을 책으로 엮었다

스님은 ‘지금 직면한 삶의 주체인 나는 어떤 존재이고 삶의 현장인 세상은 어떤 곳인가’라는 보편적 물음에 “인드라망의 존재요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동체대비심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살라”고 답한다. 이어 ‘그렇게 살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물음에는 “그렇게 살면 틀림없이 그렇게 사는 만큼 즉각 즉각 희망하는 대로 생명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물음과 답은 이미 ‘화엄경’ 속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 도법 스님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 물음을 해석하고, 답을 찾아가야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현대인의 눈높이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이란 인드라망 세계 속 존재이므로 마땅히 법의 길인 동체대비심으로 살아야 그 삶이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동체대비심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배움으로써, 그토록 갈망하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