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 ‘종단 청규제정을 위한 좌담회’ 개최

종단의 율 전문가들이 조계종 중앙종회 청규제정 및 입법과 관련해 종헌종법개정특별위원회를 간사로 계단위원회, 율원, 계율전공자 등 의견을 수렴하는 세미나나 공청회, 설문조사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청했다.

종단 율 전문가 스님들은 조계종 교육원이 지난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종단 청규제정을 위한 좌담회’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번 좌담은 조계종이 1차 쇄신계획을 통해 승단 청정성 회복을 위해 현대시대에 맞는 청규를 제정하고 입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마련된 자리다.

좌담회에는 교육원장 현응스님,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 중앙종회의원 경성스님, 반룡사 주지 도일스님, 통도사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 적연스님, 법상, 정각, 지관, 적멸, 벽공, 일중, 적운, 원영, 공해스님 등 교수아사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발제는 교수아사리 자현스님(월정사 교무국장)이, 사회는 교육부장 법인스님이 맡았다.

지난 26일 열린 ‘종단 청규제정을 위한 좌담회’에서는 종단의 율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대사회에 맞는 청규 제정의 방향과 절차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형주 기자

참석한 스님들은 율장정신을 토대로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청규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도일스님은 “부처님 당시와 현대사회는 분명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율장 건도부를 참고하면 부처님 계율에 맞춰 전 종도가 지킬 수 있는 청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덕문스님 역시 “율 정신은 계승하되 조항은 현대사회에 맞추기 위해 바꿀 필요가 있다”며 “틱낫한 스님의 <개정된 바라제목차>의 경우 수행공동체에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새롭게 정해지는 청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선나스님은 “거창한 청규보다는 현실성 있는 대안들을 내줬으면 한다”며 “어느 때는 가사장삼을 수하고 어느 대는 두루마기만 입어도 된다는 등 구체적인 규정이어야 생활 속에서도 실천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구체적인 조항 필요

위반시 제재규정과 법집행 여건도 구축

교수아사리 혜명스님은 “수행도 의식주 틀 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그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님도 나이키 운동화 신느냐” “고무신 신고 다니는 스님이 대형고급차를 타는 모습을 보고 어색했다”는 주변 얘기를 전하며 “모든 스님이 수행정신을 지킬 수 있는 의식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원영스님은 “의복 음식 거주지 등의 핵심은 결국 경제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며 “대승불교 수행자로서 대사회적인 활동을 할 때 사람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할지에 대한 것과 재정 관리문제에 대한 것을 방향으로 잡아 조항을 만들면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반시 적용할 제재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벽공스님은 “부처님 당시에도 자율적으로 맡기 돼 잘못한 것을 참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징벌을 했다”며 “부처님법대로 갈마하고 징벌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격한 법집행을 위해서는 호계원 위상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각스님도 “율장에 해박한 사람이 호계위원으로 참여해 현대사회에 맞게 율장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호계원에 수범수계에 따른 대안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고 말했다.

자현스님도 “사회처럼 법관에게는 자격증을 줘야 한다”며 “권리를 보장하고 겸임할 수 없도록 해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며 무게를 실었다.

무엇보다도 스님들의 의식변화가 돼야 한다는데 여러 스님들이 공감했다. 일중스님은 “한국불교 승가구성원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계율에 대한 경시”라며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청규가 나와도 실효가 없다”며 내적성장을 위한 교육이나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스님도 “승풍실추 문제가 불거졌을 때 현실에 맞는 승려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식개혁”이라며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후배들이 배우지 않겠냐”며 스님들의 의식변화를 촉구했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현재 조계종에서 율장은 수계할 때는 적용되지만 제재하고 징계할 때는 적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가칭 ‘승규법’이란 별도의 종법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지적 받고, 승단 내부에서 문제되는 것에 대해 제재하거나 규제할 것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 조계종 교수아사리 자현스님

‘이 시대 한국불교 청규제정을 위한 제언-새로운 청규제정의 방향과 범위를 중심으로’

“집단전체의 상향의지 중요”

좌담회 발제를 맡은 자현스님은 현대사회에 맞는 청규제정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피력했다. “현대사회는 도덕과 문화가 강조되는 반면 불교는 이런 시대정신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전혀 어처구니없는 방향에서 사회와 충돌하게 되고 사회로부터 강력한 변화의 요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종교인 같은 공인들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시대, 불교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문제가 소속집단 전체의 위상을 추락시킬 있기 때문에, 개인의 품위유지가 더 중요해졌다. 스님 개개인의 자기관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제계10리(制戒十利)를 비롯한 율장의 조항들 역시 사회적 인식과의 충돌과정에서 발생한 것에 비춰볼 때도 현 시점에서 부처님의 율 제정정신에 근거한 현대적 제도의 정비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스님은 새로운 청규제정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수행의 편안을 위한 제도와 공감대 형성 △율 전문가의 의견수렴과 보편적 기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집행의 공정성 등이다.

자현스님은 “청규제정에 있어서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부분은 승가가 수행집단이라는 점에서 수행자들이 편하게 수용할 수 있는 관점”이라며 “특히 종교집단의 경우 특유의 보수성으로 인해 그것이 선(善)변화라고 하더라도 거부감이 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율이 오늘날까지도 절대적인 권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청규에는 율의 정신과 의미와 연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려법과 같이 제도적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소속원의 폭넓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규 제정은 시대적 흐름

계몽과 의식교육이 핵심

특히 새로운 청규는 종법에 수용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규칙의 위반이 곧 징계와 관련될 수 있다. 때문에 규칙이 새로 제정될 경우 파생되는 약자의 문제 역시 충분히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공평한 운용 또한 관건이다.

일반사회법도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게 불평등성이다. 스님은 “제아무리 타당성 있는 규칙이라도 집행자들의 불공정한 관행이 존속한다면 허울 좋은 꽃목걸이”라며 집행자들에게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정신을 요청했다.

청규제정의 범위는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부분 △의식주의 생활문화 △개인적인 부분과 인식의 성숙 등으로 구분했다.

한꺼번에 세세하고 개인적인 부분까지 규정하기보다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접근하면서,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함께 제정해가는 것이다. 청규제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분이다.

게임이나 주식, 차담을 빙자한 속된 잡담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스님은 “이 부분은 지속적인 계몽과 의식교육을 통한 소속원들의 질적 성숙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며 계몽과 유예기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의식교육이다. 스님은 “청규제정과 시행에 있어 성공적인 안착은 계몽과 소속원들의 참여의지”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만들고 시행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지지를 이끌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종교법은 제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핵심이 돼야 하는 것은 소속원의 자발적 참여의지와 실천하지 못했을 때 부끄러움(慙愧)을 알게 하는 것”이라며 강제력보다는 의식계몽의 입장에서 승가 안에서 부끄럽게 돼 교화되는 방향이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수행자는 성직자와 달리 자기관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람”이라며 “집단전체가 상향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스님은 바다가 시체를 뭍으로 밀어내듯이 청정한 승단은 더러움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신 부처님 말씀 언급하며 개별의 소속원을 규제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집단의 흐름’임을 강조했다.

[불교신문 2828호/ 6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