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암스님/ 담앤북스

“중도정관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좌선이다.” “안의 선지식과 밖의 선지식의 상응에 의해 하나의 본참(本參)화두가 탄생된다.”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을 역임했던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스님의 간화선 수행은 활구(活句, 산 말귀)참선 이야기이다. “선(禪)은 깨어 있는 눈, 열려 있는 삶이라 우리 일상을 여의고 있을 수 없다”라는 저자가 강조한 일상용어 ‘친절’도 선에서 왔음을 강조한다.

견성성불 요익중생이 둘이 아닌 불이(不二)의 경계라 규정한다. 그렇게 한 생각 일으키지 않는 근본으로 돌아가 회향하는 자(能)와 회향되어짐(所)이 역시 둘이 아닌 불이의 경계에서 진정한 회향(三處廻向)이 이뤄짐을 강조한다.

주안점을 두는 활구는 간화선의 출발선에서 찾는다. 대혜종고 선사의 “해석으로 참구하는 말을 사구(死句 죽을 말귀), 해석할 수 없는 말을 참구하는 것이 활구”, 혜홍 선사의 “말 가운데 말이 있는 것을 사구, 말이 없는 것을 활구”, 또 “활구 아래서 깨달으면 영겁토록 잊지 않고, 사구 아래서 깨달으면 자기마저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원오 선사의 정의 등이 밑거름이다.

간절한 의심으로 화두 참구

신앙·수행·생활 연결돼야

책에서 저자는 그렇게 간택된 화두라야 “지금 현재 나에게 간절한 의심으로 참구가 이뤄지게 되므로 현성공안(現成公案)이 된다”고 규정하며 이를 ‘화두참구의 준칙’으로 명명했다.

앞서 <간화정로>와 <돈오선>에서 간화선의 체계적 설명을 시도했던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신앙-수행-생활의 삼각동맹을 시도한다. 자연스레 책은 간화선 수행의 점진적 단계를 설정하고, 선오후수(先悟後修)로써 선수증(禪修證)의 체계를 따라간다.

구체적으로 선수행의 단계를, 1) 신귀지(信歸地)→ 2) 발심지(發心地)→ 3) 습인지(習忍地)→ 4) 정견지(正見地)→ 5) 경안지(輕安地: 解悟)→ 6) 안상지(安祥地)→ 7) 가행지(加行地)→ 견성지(見性地: 證悟)를 지나 구경불지(究竟佛地)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결국 수증의 체계로서 먼저 깨닫고 후에 닦는 선오후수(先悟後修)로서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따른 접근을 보이며, 중생들의 해오(解悟)와 성인들의 증오(證悟)도 구분한다.

철저한 간화선의 수행 단계론은 일념반조(一念返照)에도 점진적 단계론을 취한다. 우선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참구)을 통해 ① 망념(바라보기)→ ② 분별 망념의 ‘멈춤’→ ③ 생각 이전 자리의 ‘직면’→ ④ 본래심(부처)의 ‘깨달음’ 등에 이르는 과정이 주축이다.

아울러 화두참구의 과정에서도 두 단계로 나눠, 제1단계는 ‘마음의 생사→ 화두참구→ 공적(空寂)한 마음’과, 제2단계로 ‘마음의 공적→ 화두참구→ 영지(靈知)한 마음’으로 구분했다.

화두참구에서는 몽산덕이 선사의 <몽산법어>를 준칙으로 삼았다. “고요함(定) 가운데 반드시 화두가 현전해야 하고, 고요함을 탐하여 화두를 놓치면 안 된다. 화두를 잊으면 공(空)에 떨어져 도리어 고요함이 미(迷)하게 된다.” “화두 위에서 의심이 끊어지지 않으면 참된 의심이라 한다.”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수행학교에서 간화선을 강의하는 월암스님

이런 화두참구의 원칙을 따라 깨달음에 대해서는 “억지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는 화두를 자연화두라 한다. 자연화두가 되어서 적적(寂寂)하면서 성성(猩猩)하고 성성하면서 적적하여 의심덩어리가 깨어져 홀연히 마음길이 한 번 끊어지면 곧 깨달음이 열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간화선에서 특히 ‘회향방편’을 중시한 저자는 “수행을 통해 공(空)을 깨달아 지혜를 성취하는 것은 결국 일체 중생이 모두 공에 깨달아 들어가게 하는 방편”이란 점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생활선의 진면모도 일상생활 속에서 깨달음과 자비의 실천이라고 밝힌 저자는 조사선도 이와 같다는 근거로 <단경>의 ‘마하반야바라밀법으로서의 선행(禪行)일치’를 제시한다.

‘화두참구의 일념 가운데 육바라밀이 구현되는 선행일여의 회향’을 최상승 간화선으로 설정한 저자는 화두참구 방법론보다는 ‘발심으로부터 습인(習忍) 닦음, 정견 확립’ 등의 전단계와 ‘보현행원의 회향’의 후단계를 가미해 ‘간화정종(看話正宗) 수립’을 지향하고 있다.

저자 월암스님은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돈오선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 선학과 강사와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을 거쳐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수행학교장과 문경 용성선원장이다. 저서 <간화정로> <돈오선> <선원청규>(공동 편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