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서울 대성사 도문스님을 은사로 출가득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석사과정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과정 수료 동국대학교 전자불전연구소 연구원 역임 동국대학교 강사 일산 선문사 주지 만일념불회(萬日念佛會) 운영위원 한국선학회 운영위원 서강대학교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회수 :
6회
제목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회일자 :
2003-10-31
요즈음의 세상은 겉보기엔 화려하고 왁자지껄한 것 같아도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심한 고독감에 시달리고 있는 자들이 예상외로 많다.
이러한 현대인의 고독은 문명의 발전이 낳은 시대적 부산물이라 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고독 그 자체가 아니라 고독에 대한 인간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일찍이 E. 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을 통하여 인간이 고독을 못이겨 자아상실의 길을 걷게 되는 비극적 상황을 그린 바가 있고, M. 루터는 인간은 혼자 있는 고독한 순간에 비로소 악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고까지 우리들에게 경고를 하였듯이 고독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면, 우리들이 고독을 잘 승화시켜 극복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그것은 얼마나 값진기회가 될 것인가를 깨달아야 하겠다. 대개 사람이 떠들고 다니는 동안에는 머리가 비어 있게 되지만 고독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우리가 진정으로 자아에 눈을 뜨게 되어 깊은 자기성찰을 통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엄청난 열정을 쏟아 자기 성취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나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나 자신의 철저한 고독과 싸워 이긴자만이 자기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고독한 산책길에서 무수한 천상의 선율을 떠올렸으며,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게 된 것도 사과나무 아래서 그만의 고독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금호타이어에서 20년간 재직을 하면서 무려 7만여건의 제안을 하여 20억원 상당의 경비절감 효과를 가져오게 함으로써 제안왕이 된 김용헌씨는 매일 회사에 1시간30분정도 일찍 출근을 하여 텅빈 작업장에서 제품개발에 몰두하는 그만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장애인 송박진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독한 시간을 하늘이내린 선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만학을 하여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영문학, 법학, 약학에 이르기까지 3개의 대학을 졸업하여 슈퍼맨으로서의 실력을 쌓을 수가 있었다.
고독은 이처럼 우리에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왜 현대인들은 향락에 빠지거나 병원의 정신과에 찾아와 고독공포증(monophobia)을 호소하기까지 하는가. 이에대해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의 저자 D. 리즈만은 현대인들이 외부의 문명발전에 지나치게 편승을 하여 내면의 생활을 포기한채 타인 지향적인 인간(other directed people)으로서의 성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 이라고 분석하였다.
우리가 스스로의 영혼을 지배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앞에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에 대해 고통받는 노예로서가 아니라 주체성을 가진 주인으로서 우뚝 설 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숫타니파타는 고독한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에 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내용을 살펴보겠다.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에서 근심·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 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계속해서 반복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중에서 몇 개만 보았다. 첫 번째 시에 흐르는 사랑을 살펴보겠다. 내가 금강산 건봉사에 갔을 때, 그 절 입구에 바위에 쓰여진 만해스님의 글귀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진정한 사랑의의미가 무엇인가를 알게해주는 것같다. 한 번 소개해 본다.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한다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이 시에 흐르고 있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나타나 있는 사랑의 의미를 잘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숫타니파타의 사랑은 상대적인, 비교적인 사랑이 아니고 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랑을 하게 된다. 여기에는 권태도 질투도 있을 수 없다. 지침도 있을 수 없다. 집착과 미움도 있을 수 없다. 만남이나 이별이 그의 사랑을 변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여의는 사랑이 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랑은 부모자식이나 남녀간의 사랑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사랑으로 확산될 수가 있다. 중생의 사랑이 아니라 보살의 사랑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기적·욕망적·보답적·의무적인 사랑이 있을 수가 없다. 부처님은 사랑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의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추위와 더위등의 어려움과 번뇌의 매듭을 끊고서 마지막 시에나와 있는 것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면서 무한한 자유와 고독의 창조적 시간들을 만끽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