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학창시절 나에게는 잊지못할 스승이 있다.
까만 뿔테 안경에 자그마한 키의 독일어 선생님.
자칭 게슈타포라 지칭하던 선생님은 언제나 그렇듯
별칭과는 다른 분이었다.
게슈타타포라고 학생들이나 감시하는 그런 선생님이
아니었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않고 학생들에게 따뜻한 미소만을
보내주시던 선생님.
아마도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자신의 따뜻함이나
유순함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조금이나마 다른 이미지를
심어 주시려 하셨는지도 모른다.
고 2 담임이던 선생님은 어느날 그저 평범하다 못해 아무
기억에도 남지않을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자네는 장차 어떤일을 하고 싶은가?"
그때까지 뚜렷한 진로나 대학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던
나는 글쎄요? 라는 답변만을 할 뿐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은 의뢰로 자신의 이야기 였다.
" 선생님은 예전에 기자가 되고 싶었단다. 특히 외국주재 한국
특파원을 하고 싶었지. 왜냐하면 기자 특히 외국 특파원이 되면
국내의 암울한 현실을 좀더 객관적이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믿었거든. 나는 네가 기자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전혀 뜻밖의 말씀에 나는 당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기자라는 직업 단지 TV나 신문에서나 들어덨, 나에게는 전혀
예기치 못한 제안 이었고, 그래서 더욱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던
이야기 였다.
고 3이 되고 본격적인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되자, 정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나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데로 기자는 되지
못했지만, 방송쪽에서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 선생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지금의 직업에서 일하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특출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인생에서 진정 이것이 천직이라고 여기고 살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신 선생님.
그래서 언제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을때가 있으면 한번쯤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선생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어떤 면이 선생님께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생각속에서만 살아있는 선생님께 편지한장 하지 못하는
못난 제자이지만, 문득 문득 생각나는 선생님의 인자하신 얼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저와같은 평범한 제자들에게 빛를 밝혀주는
스승님이 영원히 되실길 부탁드립니다. 서울에서 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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