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명원문화재단 다례전수관은 그윽한 차향기로 가득하다. 은은한 차향기는 집안 곳곳을 가득 채운 것도 부족해 울타리 밖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한국 전통차가 좋아 다례전수관을 찾는 이들은 언제나 한복을 입은, 단정하고 우아한 중년의 여성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바로 명원문화재단 김의정(64) 이사장이다.
우리 차문화 바탕은 불교…
이젠 어린이 다도교육 앞장
일진회 등 청소년 문제 치유
독실한 불자로 알려진 김 이사장은 차를 통해 불교를 처음 접했다. 차와 불교의 선은 하나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전통차를 복원해 보급하기 위해 김 이사장은 먼저 불교를 접해야 했다. 어머니 김미희 여사의 손에 이끌려 차를 직접 만드는 사찰과 스님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게 됐다. 김 이사장은 어머니처럼 다도를 통한 불교포교를 펼치고 있다. “다도를 하다보면 국경과 종교를 모두 초월하게 됩니다. 어머니도 전통차문화가 남아 있는 불교를 좋아해 많이 돕기도 했지만 기독교와 천주교에 대한 지원도 많았습니다. 저도 어머니처럼 불교를 좋아하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찰에 가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사찰을 찾으려고 하지만 바쁜 생활로 인해 쉽지 않습니다.”
김 이사장은 불교텔레비전 이사,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공동대표,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또 지난 4일 시민단체 활성화를 위해 참여불교재가연대와 우리는 선우가 추진하고 있는 우리함께회관 마련불사에 1억원을 남몰래 기부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03년 군불교위원회에 2억원을 쾌척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남몰래 군포교활동도 지원해오는 등 전국 각지의 사찰불사에 많은 보시행을 펼치고 있다. 이에 군불교위원회는 지난 해 11월 군승의 날 기념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표창장을 수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같은 보시행에 대해 김 이사장은 이제 우리 사회도 함께 나누는 기부문화가 점차 확대돼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사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돈에 대한 사회환원이 보편화돼 있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는 내 주변의 이웃과 함께 한다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기부문화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 이사장은 어머니 명원 김미희 여사의 뒤를 이어 평생을 잊혀졌던 우리 전통차의 숨결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보유자인 그녀는 우리나라 궁중차례에서의 차 예법과 다도정신의 복원을 위해 노력해 온 2세대 다애인(茶愛人)이다. 김미희, 김의정 모녀의 차문화 복원과 보급노력에 힘입어 국내 차 인구는 이제 8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됐다. 1995년 우여곡절 끝에 설립된 명원문화재단은 명원다례 전수관, 한국명원차문화연구소, 명원다도 대학원, 삼청각 명원차 문화원, 운현궁 예절학교, 지리산 명원다원을 비롯해 국내외에 수많은 지회와 지부를 통해 차문화 교육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명원문화재단의 ‘명원(茗園)’은 바로 김미희 여사의 호. 겸손하고 하심(下心)하며 자연을 가까이 한다는 것이 바로 명원 다례의 기본정신이다.
김의정 이사장의 우리 전통차에 대한 열정은 명원 김미희 여사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제는 김 이사장의 며느리 장원정 씨에게까지 이어져 한 집안에서 3대에 걸쳐 우리 전통차 복원과 보급에 나서게 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치의학 박사인 장 씨는 시어머니인 김 이사장으로부터 다도를 전수받아 명원문화재단 부원장으로서 차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차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김의정 이사장과 그의 어머니인 명원 김미희 여사다. 김 이사장이 전통차를 복원해 보급해 나가겠다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건립한 명원문화재단은 우리 전통차의 종가로 통할 정도로 우리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한평생 우리 차문화 복원과 보급에 앞장선 어머니 명원 김미희 여사의 영향으로 김 이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차와 인연을 맺었다. 어머니를 따라 구례 화엄사의 야생차밭을 수없이 오갔으며, 궁중다례를 배우기 위해 조선시대 마지막 상궁인 김상궁과 송상궁으로부터 다례를 전수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전통차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 일본의 한 가정집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중산층 가정에 초청받아 갔을 때 중학생이 자기방에 있는 다기와 화로를 통해 직접 차를 내놓는 것을 보고 우리 전통차가 일본보다 앞서면서도 차문화가 이어지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혼이 난적이 있습니다. 그 정갈하고 단아한 일본의 정신과 기품이 오늘날의 일본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머니에 따라 우리 전통차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습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 해 10월 신라시대 다례문화를 재현한 ‘신라다례 연등제’를 비롯해 전통차문화복원에 앞장섰다. 또 명원문화재단을 통해 명원문화상을 제정한 것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차문화단체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왔다.
김 이사장은 우리 전통차 복원에 이어 우리 차가 갖고 있는 오롯한 정신과 아름다운 규범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정립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차문화가 많이 보급돼 현재 국내 차인구가 800만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통차 복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차문화 보급도 중요합니다. 특히 외국차의 맛에 길들어져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많이 펼쳐 나갈 계획입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각급학교에서 다도정신을 통한 예절교육으로 오늘날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각종 청소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차문화 복원과 보급에 앞장서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에 대한 다도교육을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다도교육을 통한 예절교육을 해나간다면 오늘날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일진회 등 각종 어린이 청소년 문제는 확실하게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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