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 선(부산 금강불교대학)
현관 앞에 핀 제라늄꽃이 사철 향기를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 꽃이야말로 변치 않는 향기를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한 계절 향기를 피우고 사라지지만 이 제라늄꽃만은 언제나 변함없이 저를 반기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꾸준히 노력하며 생활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처님의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의 신심은 더욱 돈독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부처님을 믿으며 살아온 저의 생활을 드러내는 것은 부처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에서입니다.
수년 전 시아버님의 인도로 처음 부산 동래에 위치한 광명사란 절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병명도 확실치 않은 ‘신경성’ 무엇이라는 병으로 몹시 불편했고, 삶이란 것이 죽음의 길처럼만 느껴졌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시아버님께서 ‘살아가는 데 믿음과 신앙을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저를 절로 안내해주셨습니다.
인연 따라 처음으로 절 앞 계단을 오르며 마음으로 한 순간 청정한 물 위에 연꽃이 떠 있듯이 연화대를 타고 계단을 오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절은 크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절 마당에 꽉 차 있었고 대웅전에 들어서보니 향냄새가 어디에도 비할 수 없게 향기로웠습니다. 법당에는 별로 크지 않은 부처님이 한 분 모셔져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정숙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리고 법당문을 나와 한쪽 모퉁이에 자리잡고 앉아 스님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산 스님이 그날 법사이셨던 것 같습니다. 스님은 설법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관세음보살의 마음 즉,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멀지 않아 밝은 나날이 옵니다. 항상 지은(知恩)과 보은(報恩)의 마음으로 생활하면서 6바라밀을 열심히 신행하고 틈틈이 관세음보살 주송으로 열심히 염불하면 모든 소원이 성취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보살님들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괴로울 때 부처님 전에 와서 마음껏 울고 나면 자비로운 부처님 얼굴에서 광명이 비치고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시던 말씀, 저는 그날의 인연으로 천태종에 귀의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열심히 한 가지씩 원을 세워 기도에 임하고보니 모든 것이 마음과 같이 뜻대로 순순히 이루어졌습니다. 천태종에 귀의한 보살님들은 누구나 부처님의 가피력이 무궁함을 체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중에 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로운 영험을 체험했습니다. 7년 전 시아버님께서 갑자기 급성 암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아버님께서 눈문을 흘리면서 제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뒤돌아볼 것 없지만 손자를 못안아보고 죽는다는 것이 허전하구나. 내가 죽은 뒤에라도 아들을 낳아야 된다. 너는 자부니까.”
이런 말씀을 하신 후 얼마 있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셨습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재산이나 그 밖에 모든 것은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아들이 없다보니 언제나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집념과 애착이 생겨 내 머리에서 떠날 날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1984년도 음력 1월 1일 밤 11시 30분 부산시민회관 앞에서 구인사 큰스님 전에 세배하러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11대의 차량 중에서 저는 9호차에 승차했습니다. 한밤중이라 죽령 고개에 오를 때 차량행렬은 극락배가 되고 저는 극락배를 타고 부처님이 계신 극락세계로 가는 듯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합장을 하고 남편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이같이 좋은 곳에 보내주셨으니 훌륭한 아들을 얻을 수 있도록 꼭 큰스님 전에 증명을 받아 가겠습니다’하고 원을 세웠습니다. 열심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염송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구인사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정숙한 마음으로 일주문을 거쳐 천왕문을 지나 5층 법당으로 들어서니 부처님께서 너무나도 반갑고 자비스런 얼굴로 ‘일선아’ 하시며 큰 소리로 저를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부처님 전에 정신없이 절을 하다보니 어느새 제 몸은 온통 땀투성이가 되서 법복이 다 젖어 있었습니다.
‘부처님, 정말 감사합니다.’ 5층 법당에서 내려올 때 저의 마음 속에 상월원각 대조사님께서는 할아버님이고 종정 큰스님은 아버님이며 그 밖의 스님들은 오빠와 언니같다는 느낌과 함께 구인사가 바로 나의 친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멸보궁을 오를 때 나는 뛰어가듯 올라 대조사님 전에 정숙한 마음으로 3배를 올리고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 손녀가 새해 세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고 뒤쪽에 가서 바위 위에 앉아 기도를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기도는 정말 보배와도 같은 기도였습니다.
그리고 내려와서 큰스님 전에 세배를 올리고 친견을 하니 큰스님께서 ‘속히 득남하게 해주십시요’ 하면서 열심히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3박 4일 동안 하루에 한 시간도 누워보지 않고 앉아서 꼭 원을 이루게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열심히 열심히 관세음보살님을 염송했습니다. 그런데 기도 이틀째 되던 날 희끄무레한 용이 반쯤 누운 상태로 입을 벌리고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눈을 뜨지 않고 더욱 열심히 염송하니까 육군사관생도가 내 앞에서 인사를 하고 그러다가 부처님 화신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좋은 일이야’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서 3박 4일간 열심히 기도를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이 너무 반가워하고 두살 된 딸아이가 아빠 품에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후 광명사에서도 기도 도중 호랑이가 나타나고 사방에서 부처님 광명이 비치는 좋은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아들을 낳았어요.”
그 해 음력 10월 7일 낮 12시 30분 침대 위에서 아들이란 소리를 듣는 순간 눈에는 관세음보살님과 시아버님이 혼돈되어 나타나며 사방이 광명을 이루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그 순간의 기쁨은 어디에 비할 수 없었습니다. 딸을 셋 낳고 아들을 낳으니 정말 부처님 가피력이 제 몸에 가득 차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 아들이 여섯살인데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름은 큰스님께서 지어주셔서 이영준이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무상보리(無上菩提)·무애해탈(無碍解脫)·무연대비(無緣大悲)’란 교훈으로 개교한 금강불교대학 부산분교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을 모시고 불교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강의받을 때면 그 시간만은 정말 나로서는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이 의미있는 시간이라 한 시간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동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부산 자유시장 외곽 1021~1022호에서 전기재료와 조명기기 장사를 하고 있는데, 틈만 있으면 손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부처님의 자비를 얘기합니다. 삼존 부처님을 모시고 천지의 광명을 다 이루는 곳으로서 보살들이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는 기도도량, 아시아에서 제일 큰 지관전 회관을 얘기합니다. 일만 부처님을 한 곳에 모신 우리 천태종의 웅장하고 장엄한 삼광사와 복덕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금강불교대학, 총본산인 구인사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싶은 분께서는 불교대학에 입학하면 정말 보람있고 수승한 지혜를 스스로 갖추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부처님의 경전을 열심히 익히고 배워 연기와 윤회의 원리에 따라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으며 ‘불심이 제일의 재산’임을 굳게 믿고 생활해나가고자 합니다. 희노애락을 영위할 수 있는 효가 선(善)이라 생각하고 참된 제자, 변치 않는 제자, 부처님의 진실한 제자가 되어 영원한 불보살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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