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되돌아본 나의 신심
정 태 성(대구 대성사 북구지회장)
제가 상월원각 대조사님의 무애자비행(無碍慈悲行)과 천태종의 근본종지인 회삼귀일(會三歸一)의 가르침과 인연을 맺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한지도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니까 강산이 한번 변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10년이란 그리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퇴굴심이 생겨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였고 때로는 급히 성취하고 싶은 조바심에 부처님 가르침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제 스스로가 느끼고 겪은 많은 일들은 저의 신앙을 변치 않게 해주었고, 그러한 마음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더욱 신앙에 충실하게 하는 디딤돌이 되어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제가 천태종과 인연을 맺고 10년 세월을 신앙을 하면서 겪은 많은 일들은 도저히 제 자신도 믿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일이었고 모든 주위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들이었지만, 모든 사실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고 얼마 전에 제가 겪은 일 하나만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그러니까 불기2535년 추석을 지낸 3일 후니까 양력 9월 25일로 기억이 됩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서 갑자기 중풍으로 자리에 눕게 되셨다는 전화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에 대한 이러한 슬픈 소식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같았습니다.
저의 고향은 충청북도 보은으로 어머님은 그곳에 계시고 저는 대구에서 분가하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생활은 바쁘고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 처지라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에 전화연락을 받자마자 즉시 고향으로 달려갔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오후 2시경에 보은에 도착하여 급히 병원으로 모시고 갔는데, 워낙 고령이시고 또한 어머님의 지병인 당뇨가 심하다는 이유로 병원에서는 응급치료로 주사 몇 대를 놓자마자 돌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용하다는 한방을 찾아 보은서 상주 쪽으로 28㎞ 지점에 위치한 화령이란 조그마한 면소재지에 있는 한의원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침을 맞고 약을 지어 드셨습니다.
이렇게 며칠을 치료하다 차도가 없어 어머니를 저희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그런데 대구로 돌아와서보니 거리가 너무 멀어 일요일에만 화령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10월 27일 11시 30분경 상주에서 화령 쪽으로 4㎞ 되는 지점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제 자신이 운전을 하고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옆에서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탑승한 저의 아내, 이렇게 3명이 함께 타고 있었는데, 왜 사고가 났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차가 도로에서 약 3m 정도 낮은 논바닥으로 굴러떨어진 것입니다. 사고차량은 4개의 바퀴가 하늘을 향해 있었고 차가 심하게 찌그러져서 논바닥에 굴러떨어진 저희들은 문을 열고 나오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차 안에서 그냥 있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저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할 수 있었고 그 사람들이 내려와 차를 다시 한번 굴려서 문을 간신히 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랄까 아무도 심하게 다치지를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차는 산산조각이 나서 상주에서 도저히 고칠 수가 없어서 폐차시켰습니다.
사고 당시 도로에서 차가 논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순간 저의 집사람은 ‘관세음보살’을 외쳤습니다. 그뒤 저도 정신을 차려 ‘관세음보살’을 불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편찮으셔서 말씀을 잘 못하셔서 ‘관세음보살’을 부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사고 후 우리가 무사한 것이 부처님의 가피력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안경을 썼었는데, 안경도 깨지지를 않고 이마에 약간의 상처가 났으나 며칠 후 깨끗이 나았습니다.
평소에도 늘 ‘관세음보살’을 노래삼아 부르는 저의 아내는 상처 한 군데 없었고, 어머니는 이마와 다리에 좀 더 심한 타박상을 입으셨습니다. 여기서 사고 당시 ‘관세음보살’을 빨리 부른 것과 늦게 부른 것이 상처로 차이가 나니 분명한 부처님의 가피력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관세음보살을 일심으로 칭명하면 어떠한 환란과 고난에서도 다 벗어날 수 있다던 부처님의 말씀을 저는 피부로 느끼면서 다시 한번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력과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하신 원력이 없었더라면 저의 가족은 어린 자식들을 고아로 만드는 크나큰 죄를 짓고 말았을 것입니다.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아찔하여 이런 글조차 쓰기도 마음이 떨립니다.
그런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저는 크게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중풍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접한 후 정신이 없어서 오로지 빨리 어머님의 병을 고쳐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올바른 길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교통사고는 저의 그런 어리석음을 깨우쳐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사고 후 대성사에 들렸더니 주지 세운 스님께서 ‘다른 생각 마시고 본산에 가서 큰스님 친견 받으시고 기도를 열심히 하세요’라며 저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에 지금까지의 저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책이라도 하듯 본산에 가서 큰스님을 친견하고 대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귀가하여 지극정성으로 가르쳐주신 약을 복용하시게 한 후 속히 ‘어머님의 병이 완쾌되게 해주세요’ 하고 축원드리면서 열심히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어머님께서는 차도가 있으셨습니다. 또한 저희들은 대성사의 개금불사에 시주하기로 한 시주금을 빨리 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모든 시주금을 개금불사 회향식 전에 모두 내는 등 올바른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인연이라 했습니다. 제가 만약 개금불사에 동참하지 않고 시주하여 업장소멸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큰 사고를 당하면서 어찌 무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이번 사고를 당하고 나서 지난 10년간의 신앙을 돌이켜보며 부처님과 한번 인연을 맺었으면 영원토록 변치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세운 원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여 중도에 변하지 말아야 하고 그럴수록 더욱 박차를 가하여 진심으로 불심을 실천할 때에 그보다 더욱더 큰 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원력과 관세음보살의 대자비로서 새 생명을 받은 저희들은 더욱더 변치 않는 부처님의 불제자로서 열심히 신앙할 것을 약속드리며, 불교를 신앙하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어설픈 이 글을 씁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