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는 감상 대상으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신앙생활과 괸계되는 실용화(實用畵)이며,불교의 교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불교의 수용과 함께 불화가 제작되기 시작하여 난해한 교리를 알기 쉽게 대중들에게 전해주는 신앙생활의 한 방편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원의 장엄을 위한 수단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삼국시대 이래 수많은 작품들이 조성되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고려수기 이후의 것들이며, 그중에서 조선시대, 특히 후기의 불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 조선시대의 불화는 한 사찰에 적게는 몇 점에서부터 많게는 수 십점,수백점씩 남아있으므로 전국적으로 따져본다면,그 수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 국교(國敎)로서 큰 발전을 보았던 불교는 조선초기 억불정책으로 인하여 급격히 쇠퇴하였고, 유교가 그역활을 대신하게 되었다.
왕실의지나친 숭불과 폐단을 지적하고 규탄하는 소리는 이미 고려말기에 유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노골화 되었는데, 이러한 척불세력(斥佛勢力)중 대다수가 조선초 개국공신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왕조의 출범과더불어 억불의 분위기가 팽비하였다. 그러나 비록 신앙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었고, 불교는 사회의 이면(裏面)에서 활동하는 민간신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되었다. 조선시대의 불교회화는 이러한 불교의 성격에 따라 고려시대의 귀족, 왕족 계층의 취향에 맞는 화려하고 섬세한 양식의 작품보다는 일반 민중의 취향에 맞는 그림들이 많이 제작되엇다.
물론 조선 전기에는 왕후나 비(妃),빈(嬪),왕자들을 중심으로한 왕실의 호불정책(護佛政策)으로 인하여 궁정적 위향에 맞는 대중적인 작품들이 많이 조성되기도 하였지만 대체적으로는 민중들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대중적인 불교회화가 발달했던 시기였다. 불화의 첫째 특징은 신앙의 대상이나 교화적 의미를 갖는 내용을 도설화한 것이다.그리하여 이것은 신앙의 대상을 인격화하여 도설한 존상화(尊像畵)가 대종을 이룬다.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같은 것은 정토(淨土)광경을 도설함에서 정토의 궁전,연못,보수(寶樹)등을 묘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성중을 더 비중있게 묘사하고 있어 불화에서 존상화로서의 위치가 간과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한다.
둘째로 불화는 원근법(일정한 시점에서본 물체 및 공간을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자아내도록 평면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불화의 세계가 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셋째로는 불화는 5색의 향연이란 특징을 지닌다. 곧, 청(靑) ,황(黃),적(赤),백(白),흑(黑)의 5색을 어떻게 조화하느냐에 따라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넷째로는 자연주의적 사실적 경향을 지닌 그림이 많다. 여기에서 국한 하고 있는 한국의 탱화(벽에 거는그림으로 접고이동할 수 있다)라는 입장에서 보면, 넓은 의미의 불화는 추상성이 강한 선화(禪畵)와 상징성이 강한 본격적인 밀교화(密敎畵)로서의 만다라(불교의 덕을 원만하게 갖춘 경지를 나타낸그림)등을 포함한다.
곧 극락정토를 표현함에서 극락의 궁전,연못,수림 등을 묘사함이 그러하고, 존상화에서 각 존상의 묘사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관음상등에서 보듯이 입체감을 내어 풍만한 육체에는 관능적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을 시대별로 구분해 보면 그려시대 불화는 공간을 충분히 즐기면서 임체감을 살려나가는 화법을 쓰고 있음에 반하여 조선시대의 것을은 공간을 메우고 도식화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불화양식은 전기(1392년~임진왜란)와 후기(임진왜란~20세기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불화는 어떠한 존상(尊像)을 그렸느냐에 따라 크게 여래화(如來華),보살화(普薩畵)로 (조사)祖師,나한도(羅漢圖),신장도(神將圖)등으로 나눌수 있다. 그럼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그려졌던 불화의 주제와 내용에 대해 살펴볼까요?
1.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와 팔상도(八相圖):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대웅전의 후불탱화(불상뒤에 거는 그림)로 제작되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불교를 창시한 분이므로 불화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석가독존도 ,석가삼존도 등 예배도의 형식이 주로 조성되었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대웅전의 후불탱화로 영산회상도의 형식이 주로 제작되었다. 형식은 1폭형식이 보통이지만 ,약사여래도와함께 삼불회화의 하나로, 또는 비로자나불화,노사나불화와 함께 삼신불화의 하나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팔상도는 석가모니가 태어나서 입멸(入滅)할 때 까지의 주요사건들을 여덟가지 장면으로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다.
2.아미타불화(阿彌陀佛畵): 먼저 "나무아미타불"이란 "아미타불이 계신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합니다"라는 뜻으로 이미타불화는 서방극락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이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극락전,아미타전,무량수전의 후불탱화로 제작된 것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아미타수인을 겸한 아미타불이 연화좌 위에 앉아 설법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좌우에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비롯한 권속들이 시립하고 있는 형식을 위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아미타독족도, 아미타삼존도 ,아미타칠존도, 아미타구존도, 아미타여래도, 관경변상도 등이 주로 제작되었지만 조선시대에는 아미타극락회상도(阿彌陀極樂會上圖)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3.비로사나불화(毘盧舍那佛畵):비로자나는 광명의 부처님으로, 부처님의 진리가 이 세상 어디에나 두루 비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엄경>의 본존으로 널리 신앙되었으며, 밀교에서는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 칭해진다. 석가모니와 같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협시로 하고 있으며, 두손을 마주 잡은 지권인(智拳印) :(수인(手印)의 한종류로 불상의 손모양에 따른 뜻의 일종으로 지권인은 비로자나불상의 수인이며 뜻은 이(理)와(智),그리고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는 하나라는 좋은 뜻을 담고 있다.) 수인을 하고 있다 불상의 수인에 대해 알아두면, 절을 관광하거나 방문했을 때 불상의 손모양이 뜻하는 수인에 따라 불상의 이름과 의미를 알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형식에는 비로사나독존도, 비로사나삼존도,비로사나불회도,화엄변상도의 형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대광명전.비로전 화업전에 봉안하였다.
4.미륵불화(彌勒佛畵): 미륵불은 아미타불과 함께 정토신앙을 대표하는 부처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래 미륵신앙이 성행하였는데, 특히 고려시대에는 도솔천의 미륵불이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成佛)하고 규제되지 못한 모든 중생을 성불시킨다는 내용의 미륵하생신앙이 유행하여 그것을 도상화한 <미륵하생경변상도>가 제작되어 현재 2점이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미륵전의 주존으로 신앙되었으나 남아있는 불화의 예는 많지 않다.
5.약사불화(藥師佛畵):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과 번뇌를 치유해주는 부처님으로 유리광정토(瑜璃光淨土)를 주재한다. 전쟁이나 전염병이 있을 때 특히 약사여래에 대한 신앙이 성행하였는데, 약사여래는 손에 약합(藥盒)을 든 모습으로 표현된다. 불화의 종류에는 약사독존도,약사삼존도,약사불회도 등이 있다. 최근에는 고려시대의 약사불화가 2점 발견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약사전의 후불탱화로 봉안되었다.
6.관음보살도(觀音菩薩圖): 아미타불의 협시보살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인기있었던 보살중의 하나인 관음보살을 그린 그림이다. 고려시대에는 주로 수월관음도의 형상으로 그려졌는데, 대나무가 솟아있는 암벽에 흰 사라를 걸친 관음보살이 앉아있고건너편 아래쪽에서 선재동자가 무릅을 끓고 합장하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후불벽 뒷면에 백의 관음보살도를 그린 예가 많으며 십일면관음도,천수천안관음도, 관음삼십이응신도,준제관음도등도 제작되었다.
7.지장(地藏)보살도와 시왕도(十王圖): 명부전에 봉안되는 대표적인 불화이다. 지옥에 빠진 중생을 구제해주는 명부의 구세주 지장보살은 특히 외우내환이 잦았던 고려시대 이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조선시대에는 명부전의 주존으로 신앙되면서 명부전 후불탱화로 제작,봉안되었다. 지장독존도.지장삼존도, 지장과 권속그림 , 지장시왕도 등이있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도와 함게 인간의 사후에 망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시왕도가 봉안되는데, 시왕도는 폭수에 따라 10폭형식,6푝형식 4폭, 2폭형식 등이있다.
8.감로왕도(甘露王圖): 우란분경변상도라고도 한다. 음력 7월 15일 죽은 조상을 위하여 지내는 우란분재의 장면과 인간이 현실세계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통상, 아귀도(餓鬼道)의 모습, 아미타불이 내영하여 중생을 구제하는 장면등이 표현된다.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된 불화로서 감로왕도에는 제작 당시의 백성들의 습속과 생활장면등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불화중의 풍속화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의 예는 없고 조선시대, 특히 18세기, 19세기에 많이 그려졌다.
9.나한도(羅漢圖): 나한도 덕높은 고승을 통털어 일컬는 말로서, 주로 부처님의 제자중 덕이 뛰어난 16나한,오백나한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시대에는 5백나한도가 제작되기도 하였으나 조선시대에는 나한전 또는 응진전, 오백나한전 등에 16나한도가 주로 봉안되었다.
10. 신중도(神衆圖): 불법을 수호하고 옹호하는 신들이 그린 그림으로서 제석도, 제석천룡도(帝釋天龍圖), 104위신중도.금강천룡도등 다양하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을 수호하고 전각을 수호하는 신중도가 특히 많이 그려졌는데 18,19세기 이후의 작품들이 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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