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마’ 백봉 거사의 선어록 ‘허공의 주인공’

만약에 공중에 달이 없다면
어찌 천강에 달을 얻으리오!

백봉 김기추(1908~1985) 거사는 20세기 한국의 유마거사로 추앙 받는 불교계의 거맥이다.

백봉은 50세를 훌쩍 넘겨서야 불교에 입문했지만 용맹정진으로 단기간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오도 후 그는 거사풍 불교로 후학지도와 중생교화에 일생을 바쳤다.

거사의 제자 가운데는 조선조 마지막 한의학자인 무위당 이원세를 비롯해 서운ㆍ춘당 선생과 국민대 김문환 총장, 전창렬 변호사, 성태용 우리는 선우 이사장, 작은손길 김광하 대표, 김진태 검사, 불교집필가 장순용 작가 등 거사선풍을 드날린 이들이 많다.

<<허공의 주인공>>은 ‘한국의 유마’ 백봉 거사의 선어록이다.

백봉 거사는 재가자를 크게 걱정했다.
“우리가 똑같은 중생인데 어떤 분은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서 팔자 좋게 공부를 해. 그러나 중생들은 팔자가 좋지 못합니다. 공부할 팔자가 없습니다. 없는데 하나의 고집을 가지고 하게 되는데 다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것이거든요.”

백봉은 재가자들이 자성을 발견하기 위한 바탕부터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온누리에 벌어진 일체만법이 다 허공성이라. 이거 하나만 알아도 벌써 여러분은 부처의 씨가 있기 때문에 이걸 아는 겁니다.”

백봉은 “이전까지의 화두는 스님네들로서는 가장 적당하다. 그러나 신도들은 가질 수가 없다. 그런데 구태의연하게 신도들을 스님네들 취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수는 운전수로서의 화두,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의 화두가 있어야 한다”며 내놓은 것이 ‘새말귀[新話頭]’이다.



백봉이 말한 새말귀는 운전을 한다면 “운전을 잘해야겠다” 글을 쓴다면 “글씨를 잘써야겠다”는 것으로 “~을 잘하겠다. 어찌하겠다”고 쉼없이 다짐함을 뜻한다.

저자는 40여 년간 백봉 거사를 스승으로 모셔왔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절망적이었던 저자가 스승의 설법과 수행 방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직접 듣고 느꼈던 법문을 소개해 현재 그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책은 새말귀를 비롯한 백봉의 선사상을 쉽게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