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깊은 산속 구마동 계곡 토굴, 도리천 늙은 선승 기후 스님이 옛 사진을 보며 써내려간 마흔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책으로 엮였다. 스님이 있는 구마동 계곡은 20km나 외줄로 나 있는 깊은 산중이다. 장대비가 하루만 내려도 그 순간부터 길이 끊긴다. 많은 눈이 오면 녹지 않아 3개월씩 소식이 단절된다. 그 흔한 손전화도 무용지물인 곳이다. 그곳에서 스님은 홀로 수행정진하다 틈나면 옛 사진들을 들추고 기억을 더듬어 잔잔한 필체를 적었다. 그렇게 45년 출가생활 중 20여년에 걸친 선방 생활을 빛바랜 사진과 함께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로 출간했다.

1943년 경북 안동 오지마을에서 태어난 스님은 첫돌도 되기 전 천연두를 앓아 사춘기 시절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1965년 추석 직전, 새벽 무렵 도망쳐 나오듯 출가를 감행해 범어사 금강암에 입산했다. 1969년 통도사에서 사미계를 수지, 승가대학 졸업 뒤 통도사와 해인사에서 강사를 역임한 스님은 용화사와 봉암사, 수도암, 통도사 등 제방선원에서 안거를 보냈다. 경주 기림사에서는 6년 묵언정진을 했으며, 1991년 호주로 건너가 정법사를 창건한 뒤 15년 간 해외포교를 했다. 2005년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도리천에서 오로지 선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스님 얘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행자시철 찾아온 어느 멋진 여인과 수행에 걸림이 될까 걸망에 해골바가지를 지고 다녔던 수좌의 파계, 차 한 잔 마시다가 떠난 일등수좌의 죽음, 솥까지 메고 떠났던 수좌들 소풍, 고구마 서리 들킨 이야기 등등. 거기에 탄허, 경봉, 전강, 성철, 월하, 한암 스님 등 선지식들 회상에서의 치열했던 수행과 훈훈하고 선기 넘치는 일화들이 읽는 감동을 더한다.

승가대학 시절 학승들이 문맥이나 내용이 시원시원하고 훤출하다해서 ‘금강경’을 ‘훤출 반야’라 하고 ‘대승기신론’은 조직적이면서 내용이 까다로워 ‘깐깐 기신’이라 부른다는 소소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허리를 다쳐 노보살이 주는 인분을 먹은 기가 막힌 사연과 밤참으로 라면을 먹고 한 소쿠리 홍시를 삽시간에 동낸 사연, 원효 스님이 수행했던 양산 반고굴에 큰 냄비 2개와 라면, 김밥 몇 개를 싸들고 소풍갔던 일들이 수좌들의 천진난만함을 전한다.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지대방을 급습해 정진을 채찍질한 성철 스님과 언덕을 오르며 등 뒤를 밀던 시자에게 “힘껏 밀어라 이놈아. 그 힘도 없으면 공부 못하는 기라. 밀어라, 밀어라! 이놈”하던 경봉 스님 일화에선 선지식들의 선풍도 엿볼 수 있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