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양은 어떻게 하셨는가. 오늘 아침 새들에게 한 공양은 쌀, 현미, 검은 콩, 좁쌀 등이 들어간 잡곡 영양식이다. 공양이란 절집에서 부처님이나 스님, 스승께 올리는 음식이나 옷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 삶 속에서 공양은 이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그대는 오늘 누구에게 공양을 올리셨는가?”

주저앉기 직전의 허름한 티코 자동차에 야영텐트 하나, 코펠 하나, 침낭 하나와 승복 한 벌을 싣고 세상 속으로 만행을 떠나 낮에는 탁발하고 밤이 되면 한적한 곳에 텐트를 치던 한 가난한 수행자가 철원평야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숲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사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의 주인 행세를 하던 수행자는 독사, 벌,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풍뎅이, 사슴벌레, 새 등 원주민들로부터 혼쭐이 난 후에야 비로소 그 숲의 일부로 살 수 있었다.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카메라를 목탁 삼아 두루미를 찍고 지장산 새들을 도반 삼아 탁마하며 정진하는 새 박사 도연 스님. 숲에 들어와 살면서 새들은 스님의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됐다. 꼭두새벽부터 아침을 먹으러 온 새들에게 잘 잤느냐, 어디서 잤느냐, 네 이름은 무엇이냐며 말을 붙였다. 그리고 먹이를 놓아주면 새들은 와서 먹고 가고, 또 놓아주면 와서 먹고 가고 그렇게 서로는 양식의 나눔을 통해 무언의 소통을 시작했다.

그렇게 소통을 시작하면서 곤줄박이, 박새, 딱새 같은 작은 새들도 늘 스님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주었다. 그 어디에도 걸림 없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지혜를 나눠줬고, 둥지에 침입한 뱀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사람보다 더 큰 모정을 보여줬으며, 서로에게 포식자의 침입을 알려주는 우정을, 애써 지은 둥지까지도 훌훌 버리고 떠나는 것으로 무소유의 미덕을 가르쳐줬다. 훌쩍 왔다가 훌쩍 떠나는 존재들이지만 스님에겐 누구보다 훌륭한 보살이자 부처이며 도반이 되었다.

그렇게 살아온 지 10년. 스님은 이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알아가며 대자유인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20그램의 새들에게서 배운 가볍고도 무거운 삶의 지혜를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에 옮겼다. 특히 무엇 하나 소유하지 않고 날기 위해 뼛속까지도 비우는 새들이 인간에게 일러주는 겸허의 참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 이야기로 가득하다. 새들과의 첫 만남부터 그들과 더불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상, 그러면서 산새처럼 살고 싶어진 그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새와 스님, 새와 새들의 이야기지만 마치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간의 모습과도 닮았다. 하지만 서로 화음을 맞추는 새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기도 하다.

무소유로 자유를 얻은 산새처럼 살고 싶어 하는 도연 스님은 “살아가는 겉모양과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본질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으로 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스님이 새들의 모습을 그린 이 책은 수행에 전념해야 할 수행자들까지 금권에 물들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명예롭지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 ‘어디서 먹을까, 어디서 잘까’를 걱정한 탓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깃털 하나만으로도 잘 살아가는 새들이 왜 도반이요, 보살이요, 부처인지를 느낄 수 있다. 1만3800원.